홍남기 “日 경제보복 반드시 상응 조치”…큰소리는 쳤는데

24개 부품·소재 日 수입 의존도 30% 넘어
부품 국산화 속도 내지만…시간 역부족
국제사회 부당성 호소…경제계 물밑 논의 기대
  • 등록 2019-07-05 오전 12:00:00

    수정 2019-07-05 오전 12:00:0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의 수출통제 강화 조치는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법원 판단에 대한 명백한 경제보복이다. 철회하지 않으면 반드시 상응 조치를 마련하겠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일본 정부가 4일 나흘 전 예고한 대로 우리 반도체 등 산업의 3개 핵심 소재를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제한 제외 대상)에서 빼는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달 중 아예 우리나라를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안도 검토한다. 전체 산업에 걸쳐 1100여 민수품목의 수출입 통제를 강화할 수 있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사실상 ‘한일 무역전쟁’을 예고한 셈이다.

홍 부총리도 이날 ‘반드시 상응조치하겠다’며 강력 대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본에 조치 철회를 촉구하며 “보복이 보복을 낳는다면 일본도 불행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적자에도 교역 중단시 韓 피해 더 커

문제는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한일 무역전쟁으로 번진다면 일본도 타격을 받지만 우리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단순 교역으론 우리도 손해 볼 게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일본 수출액은 305억달러(약 35조7000억원)이고 수입액은 546억달러이다. 241억달러 적자이다. 교역이 줄면 일본이 손해다.

문제는 내용이다. 화이트리스트 특성상 적지 않은 품목이 우리 제조업에 필수적인 첨단 부품·소재·장비와 겹친다. 일본이 이들 품목 수출을 중단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물론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우리 산업 전체에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눈 후 헤어지고 있다 AFP 제공
우리나라의 일본산 부품·소재 의존도는 꾸준히 줄었으나 여전히 절대적이다. 지난해 전체 부품·소재 수입액(1772억달러) 중 일본은 16.3%인 288억달러다. 중국(544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중국은 저가의 단순 부품·소재 위주인 반면 일본은 대부분 핵심 품목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본 의존도는 더 여실히 드러난다. 산업부가 집계하는 213개 소재부품산업분류 중 올 3월 기준 일본 수입 비중이 30% 이상인 품목만 24개 항목이다.

특히 도료 및 인쇄잉크(50.3%)나 사진용 화학제품·감광제료(64.6%), 플라스틱 제품(51.8%), 판유리(50.4%), 기타 내연기관 및 터빈(51.1%), 고무 및 플라스틱 가공기계 부품(52.2%)의 일본 의존도는 50% 이상이다.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의 일본 수입 의존도(21.7%)보다 높다.

반대로 우리의 대 일본 주력 소재·부품 수출액은 그 규모가 절반이 이하일 뿐 아니라 모방적이나 직물, 농약 등 대부분 대체 가능하거나 부수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순 있지만 그 여파는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 밖에 없다. 민간 차원에서 불거지고 있는 일본 여행 자제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도 양국 간 경제 전면전에선 결정적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본이 반도체 부품·소재를 제재한다면 일본 전자산업체 역시 우리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전 산업에 걸쳐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우리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등 국내 다른 산업계도 덩달아 긴장하는 이유다.

국제사회 부당성 호소…日경제계 물밑 논의 가능성

정부는 핵심 부품·소재·장비 국산화를 서둘러 일본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지만 당장의 대책이 될 순 없다. 반도체만 해도 당장 3개월분의 소재 재고가 있다고 하지만 그 안에 수입 대체나 자체 생산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위한 법적 검토작업에 착수했지만 제소 이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1년 반이 걸리는 만큼 당장의 대응이 될 순 없다.

정부는 4일 하루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 관계부처 차관회의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일본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부품소재장비 자립도를 높여 나가자는 결론이 전부였다. 우리 정부가 일찌감치 일본의 공세를 예상하고 대응해왔다고 하는데도 산업계가 여전히 불안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로선 WTO 제소가 급선무이지만 단기간 내 결론 내리기 힘든 만큼 일본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회복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최근 주요 20개국(G20)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유럽연합(EU)과의 경제연대협정(EPA)를 추진하고 있다. WTO 규범에 반하는 이번 행동이 국제사회 문제로 확산한다면 일본도 유리할 게 없다.

유명희 통상교섭 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의 조치는 지난주 일본이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의 오사카선언 합의에도 반하는 모순된 행동”이라며 “양국 경제관계뿐 아니라 국제 공급체계를 흔들어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두 번째)이 4일 일본의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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