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벌써 1년…그때 문이 열렸다면

피의자 조씨 구속취소신청으로 28일 석방
누리꾼, 조씨 사건에 여전히 분노
  • 등록 2020-05-30 오전 12:10:00

    수정 2020-05-30 오전 12:10:0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전국민을 섬뜩하게 했던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이 공개된 지 벌써 1년이 됐다. 영상 속에 등장한 피고인 조모씨(31)에 대해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재판 기간 중 항소심 선고 결과인 1년의 징역기간을 모두 채운 조씨는 대법원에 구속취소신청을 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28일 석방됐다. 조씨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대법원 재판을 받게 된다.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 피고인 조씨 (사진=연합뉴스)
대법원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구속취소 신청을 인용했다. 형사소송법 93조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는 법원은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변호인 등의 청구에 의해 결정으로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상 다시 보니...온몸에 ‘소름’

사건은 지난해 5월 28일 환했던 오전 6시께 발생했다. 조씨는 신림동 골목길에서부터 피해자 뒤를 지속적으로 따라갔다. 조씨는 중간에 옷 안에서 모자를 꺼내 썼다. 영상 속에서 피해자는 조씨가 따라오는 걸 느끼고 힐끔 뒤돌아보기도 했다.

조씨는 피해자가 거주하는 빌라 안까지 들어가 엘리베이터까지 함께 탔다. 조씨는 법정에서 성폭행 의도는 없었고, 피해자에게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말을 건넸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피해자가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재빨리 닫자, 조씨는 손을 뻗어 현관문을 잡고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조씨는 피해자의 문을 왜 잡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 CCTV 영상
조씨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10분 넘게 복도를 서성였다. 근처 바닥에 떨어져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물건을 주워 피해자 집 초인종을 누른 뒤 인터폰으로 “떨어트린 물건이 있으니 문을 열어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문을 열지 않았고, 조씨는 피해자 집 옆에서 기다렸다. 미련을 못 버린 조씨는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서 피해자 집 도어락을 비춰보기도 했다.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 CCTV 영상
2심까지 ‘강간미수’ 혐의는 ‘무죄’

경찰은 처음에 조씨를 ‘주거침임’으로 체포했으나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리고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크고, 동종 전력 등에 비추어 재범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조씨는 2012년 12월 새벽 1시쯤 서울 관악구에서 길을 지나가던 여성을 발견하고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쓴 뒤 여성의 입을 막고 신체부위를 강제로 만진 혐의(강제추행)로 형사입건됐다.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 피고인 조씨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지난해 10월 16일 1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주거침임 혐의는 ‘유죄’, 강간미수 혐의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조씨가 주거침입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유죄로 인정된다”며 “피해자 주거지의 엘리베이터와 공용 계단, 복도 등에 들어간 시점에 주거침입죄는 성립된다”라고 말했다.

‘강간미수’ 혐의를 무죄로 본 이유에 대해선 “객관적으로 드러난 조씨의 행동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려고 한 것이지 강간 의도를 추단(推斷)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설령 강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실행에 착수했음이 인정돼야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 조씨가 (사건 당시) 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위가 아니라 이미 행한 행위를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라며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함께 낙향하겠다고 밝힌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3월 24일 2심 재판부도 조씨에 대해 징역 1년만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주거침입 혐의만 ‘유죄’ 강간미수 혐의는 ‘무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성폭력 범죄의 의도가 있었을 개연성이 있지만, 그러한 의도만으로 처벌하려면 특별한 규정이 사전에 법으로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강간 범행을 향한 피고인의 직접 의도나 생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이 사건에서 단지 ‘강간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개연성만으로 쉽게 그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단 주거침입에 대해선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주거침입이라는 범죄를 한 피고인에게 일반 주거침입 사건과 같은 양형기준을 적용할 수도 없다”며 “피고인의 설명만으로 성폭력이라는 범죄 의도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는 충격과 두려움으로 자신의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학업도 중단해야 했다”라는 점도 조씨에게 불리한 양형 사유가 됐다. 하지만 검찰은 상고했다.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 후…서울시 여성 안심 ‘SS존’ 사업 시작

조씨의 끔찍한 범행이 벌어진 후인 지난해 6월 서울시는 여성 1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은 양천구·관악구에 안심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SS(Safe Singles)존’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6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으로 여성들에게 노출된 일상 속 불안이 얼마나 크고 심각한지가 단적으로 표출됐다”라며 “SS존은 여성의 생활 속 불안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매우 구체적인 실천으로서 기존에 매년 확대 중인 서울시 여성안전정책에 더해 일상의 안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2019년에 양천구·광진구에 진행된 ‘SS존’ 시범사업 포스터
‘SS존’의 여성 1인 가구는 신청을 통해 ‘여성안심 홈’ 4종 세트를 지원받았다. ‘여성안심 홈’ 4종 세트는 △초인종을 누르면 집 안에서 모니터로 외부 사람을 확인 가능하고 순간 캡처도 되는 ‘디지털 비디오 창’ △문이나 창문을 강제로 열면 경보음과 함께 지인에게 문자가 전송되는 ‘문열림센서’ △위험상황에서 112와 지인에게 비상메시지가 자동 전송되는 ‘휴대용비상벨’ △도어락 외에 이중잠금이 가능한 ‘현관문보조키’로 구성됐다.

여성 1인 점포에는 무선비상벨 설치를 지원했다. 무선비상벨은 경찰서에만 연결되는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 구청 CCTV관제센터까지 3자 통화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양천구는 지난해 6월, 관악구는 지난해 6월, 9월, 올해 4월에 ‘여성안심 홈’ 4종세트, 여성 1인 점포 ‘무선비상벨’ 지원 사업을 실행했다. 올해는 양천구, 관악구를 비롯해 7개 자치구에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은진 양천구 여성가족과 주무관은 28일 이데일리에 “최근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받아 어떻게 구성할지 논의 중이다. 작년엔 양천구는 여성 1인 가구 120곳, 점포 25곳이 지원받았다. 올해는 더 많은 분들이 신청할 수 있고, 작년보다 기기가 더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조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편하게 재판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년 전 ‘그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여전히 조씨의 ‘강간 미수’ 혐의 무죄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리고 혼자 사는 여성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조씨의 구속취소가 확정된 25일 누리꾼들은 “이 버릇이 1년 만에 고쳐진다고 믿는 사람 있을까? 저 버릇 평생 가도 못 고친다”(toyr****), “피해가 없는 것은 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피해자가 자신의 능력과 운으로 범행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피해가 없다고 처벌이 없어지는 멍청한 짓은 없었으면 한다”(열***), “이런 경우는 법을 바꿔야지. 이대로 그냥 지내면 되겠냐? 상식적으로 저 X이 왜 집 안까지 따라 들어가려고 했겠냐? 법이 그렇게 돼 있어서 어쩌지 못하면 법을 바꿔야지”(엽기****), “그때 만약 피해자 현관문이 잠기지 않고 저 사람이 문을 열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gott****), “아직도 저 영상 보면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love****)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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