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SK(034730)가 탈락하고 두산(000150), 신세계(004170) 등이 새로운 면세점 사업자로 확정되자마자 5년 시한부 면세점 사업권 제도의 폐단을 성토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분명 5년이라는 한시적 사업권은 지속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를 가로막을 것이다. 사업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들이 대거 달려들어 이 ‘불안전한’ 사업권이라도 따내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였다.
이유가 뭘까. 표면적으로는 몰려드는 요우커 덕분에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재벌마다 면세점 사업을 능가할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은 냉엄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면세점 사업권 전쟁은 미래 먹거리 찾기보다는 단기적 성과에만 골몰하고 있는 한국 재벌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업의 백년대계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인 이들에게 5년이라는 기간은 어쩌면 충분히 긴 세월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에만 매출의 20% 가량을 R&D에 투자할 정도로 R&D에 회사의 사활을 걸어왔다. 얼마 전까지도 주변에서는 “저러다 회사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난국에도 지난 10여년 동안 우직하게 R&D 투자를 지속했다. ‘외고집 투자’는 무엇보다 한미약품의 오너인 임성기 회장의 뚝심있는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 회장은 과거 제약업계로부터 의약품 리베이트 악습을 동네 병원으로까지 확산시킨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회사가 송두리째 흔들릴 때에도 R&D 투자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R&D만이 세계적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임 회장의 투철한 기업가 정신이 오늘의 한미약품을 만든 것이다.
요컨대 면세점 전쟁과 한미약품 기적은 위기의 한국기업들에게 지양점과 지향점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면세점 쟁탈전은 참가 업체들에게는 중대한 사안이었겠지만 한국경제 성장에는 별다른 기여가 없는 ‘제로섬 게임’이며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누가 승자가 되든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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