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피터 슈라이어와 알버트 비어만

  • 등록 2014-12-23 오전 6:00:01

    수정 2014-12-23 오전 6:00:01

[이데일리 조영훈 부국장 겸 산업부장] 교수들이 뽑은 2014년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됐다. 세월호 침몰을 시작으로 통진당 해산 그리고 대한항공 땅콩 리턴사건 등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특히 올 한해는 이념적인 갈등의 골로 인해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이 그 어느때보다 깊어진 한해였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여야간의 합의는 연말이 다가오는데도 뚜렷한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정부는 당초 내년도 경제성장률 목표를 4.0%선에서 3.8%까지 낮췄다. 이에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전망을 3.5%까지 낮추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하는 삼각파도가 험난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과 양적확대 종료,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현상의 장기화는 수출주도의 우리경제에 대한 전망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어닝쇼크를 경험한 삼성그룹이 올해 성과급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재계에 ‘축소경영’을 키워드로 한 방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여건에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더욱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심장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한국전력 부지 입찰에서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써내 주가급락과 ‘고가입찰 논란’을 겪었지만 현대차의 공세적인 움직임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800만대 이후를 대비하자”며 친환경차량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힌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5위 자동차그룹의 위상을 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뜻이기도 하며 ‘글로벌 1000만대 생산’을 향한 진군이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기아차를 인수한 후 ‘디자인 경영’을 천명하며 던진 승부수는 피터 슈라이어라는 우리시대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이었다. 1994년 아우디 디자인 책임자에 이어 2002년 폭스바겐 디자인을 총괄한 슈라이어는 2006년 기아차 부사장으로 영입돼 현대·기아차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이 이번에는 독일 BMW그룹의 고성능차 전문가인 알버트 비어만을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로 했다. 비어만은 BMW의 스포츠카 버전인 M라인을 만든 파워트레인 전문가다. 현대차가 독일 등 해외 명차에 비해 떨어지는 엔진과 미션 등 파워트레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가 방향은 잘 잡았다. 가솔린에 이어 디젤까지 유럽차 성장세를 이끈 동력은 이른바 ‘다운 사이징’이다. 2000CC급 엔진으로 3000CC에 버금가는 파워를 만들면서도 연비는 오히려 개선된 엔진 기술을 통해 대형차에 중형 엔진을 얹을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차·수소차 등 전혀 새로운 친환경차량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전까지 자동차 메이저들은 고성능 차량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글로벌 경쟁에서 디자인과 넓은 공간 등 ‘편안한 차’로 승부했던 패러다임을 ‘고성능차’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취약점을 다시 강점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승부수가 결실을 맺으려면 다시 한번 국내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엔저 때문에 일본차 대비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나와야 한다.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성능을 갖추면서 내구성은 더 좋다고 하는 일본차에 견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성능차량이 친환경적인 연비로 무장한다면 진검승부가 가능하다. 비어만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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