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아파트도 현금결제…넘치는 돈에 부동산대책 '백약무효'

부동자금 1117조 매월 최대치 경신
은행돈 안빌리고 고가 아파트 매입
금융통화당국은 8개월째 금리 동결
유동성 죄지 않으면 집값 거품 우려 커
  • 등록 2018-08-21 오전 5:00:00

    수정 2018-08-21 오전 10:21:37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VIP 고객 한 분이 며칠 고민하더니 얼마 전 30억원이 넘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사기로 계약서를 썼다고 하더라고요. 작년 주식시장이 좋았을 때 돈 벌어서 현금화를 해 놓은 분이지요. 10억, 20억원 정도 들고 있다가 강남 아파트 사려는 고객들이 요즘 많습니다.”(한 시중은행 PB팀장)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금융권 등에 머물고 있는 시중 부동자금이 수익성을 쫓아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증시나 펀드 수익률이 지지부진해 투자할 곳이 여의치 않자 현금을 쥐고 있는 자산가들이 부동산, 그 중에서도 ‘똘똘한 한 채’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고 서울 내 고가아파트 거래도 살아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중 부동자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부동산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중 부동자금은 6월 기준 1116조7000억원으로 1년 새 75조원 가량 늘었다. 부동자금은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머니마켓펀드·양도성예금증서·증권사투자자 예탁금·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단기 계좌에 머물고 있는 돈을 말한다. 올 들어서는 거의 매달 사상 최대 규모를 갈아치우는 모양새다.

이처럼 부동자금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대기하는 자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1년 만기 기준 2%대 초반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주식시장은 최근 불확실성에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올해 초까지 뜨거웠던 가상화폐 시장도 시들해졌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는데도 금융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8개월째 1.5%로 묶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자금이 부동산 외에는 갈 곳이 마땅찮다”며 “시중 여윳돈이 늘었다는 것은 결국 주택시장에 언제든지 진입할 수 있는 자금이 많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금은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흘러가기 보다 ‘돈 되는’ 똘똘한 주택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8월 들어 20일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 신고 건수 495건 중 66건(13.3%)이 9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였다. 이 비중은 양도세 중과가 시작된 지난 4월 이후 매달 11~122% 수준을 유지해오다 이달 들어 본격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전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아파트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Y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주택 수요 억제 대책이 똘똘한 한채에 대한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며 “현금 1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전세 안고 살만한 새 아파트를 찾고, 그 보다 돈이 더 많은 자산가들은 전셋값이 낮지만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주로 사려한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돈 줄이 막힌 만큼 최근 돈 되는 똘똘한 주택에 투자하려는 이들은 대부분 현금 부자들이라는 게 현장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수요 억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시중 유동성을 조이거나 부동자금이 다른 자산시장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줄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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