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 막혀서…재건축 단지 애먼 세입자에 불똥 튀나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2주택 늘었는데 대출 불가
잠실진주아파트, 반포주공 1단지 등 자금조달 비상
“이주비 대출 막히면 사업 차질 불가피”
전세자금 못 내주는 집주인 늘어 세입자 피해까지
  • 등록 2018-10-22 오전 4:00:00

    수정 2018-10-22 오전 4:00:00

이달 5일 서울 송파구청으로부터 재건축 관리처분 인가를 획득하고 이주를 준비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전경.[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이주비 대출까지 틀어막으면서 이주를 앞둔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마다 비상이 걸렸다. 이미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번에는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조합원은 아예 대출조차 못받게 되면서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일부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을 받아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어려워지면서 애꿎은 세입자들마저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대출 규제가 자칫 ‘전세금 미반환’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2주택자 대출 금지’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등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에서 2주택자 이상을 보유한 자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로 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비 대출 또한 주택 구입 목적 대출로 간주하고 다주택 조합원의 대출도 막았다.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공사 기간 동안 다른 집에 세들어 살기 위해 필요한 전·월세 자금 등을 지원하는 대출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조합 주선 아래 조합원 개개인이 아파트 대지지분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집단대출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당장 이달 말 금융권과 이주비 대출 협약을 진행할 예정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이번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달 5일 송파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진주아파트의 반성용 조합장은 “전체 1507가구 가운데 약 40% 정도는 전·월세 가구”라며 “이들 가구 집주인의 절반 이상이 2주택 이상 소유자로 추정되는데 이들의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 자칫 사업마저 중단될 극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예정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신반포4지구 등 2곳의 초대형 재건축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주 시기가 늦춰질수록 금융비용과 공사비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비는 조합원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데 도대체 이 피해는 누가 보상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주인 대출 막혀...세입자 ‘전세금 미반환’ 우려 커져

대출이 막히는 건 2주택자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9·13 대책에서 이전과 달리 건물 등 실체가 없는 입주권·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하기로 함에 따라 ‘1+1 재건축’ 방식을 통해 기존 한 채에서 입주권 두 채로 받는 1주택자도 규제의 사정권에 들게 됐다. 1+1 재건축은 대지지분이나 평가금액이 높은 기존 주택 한 채를 가진 조합원이 재건축 후 새 아파트 두 채를 받는 방식을 일컫는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1+1 재건축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 아파트는 기존 2120가구를 허물고 5388가구로 다시 짓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1+1 재건축 방식은 중소형 주택 공급이 절실한 서울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중의 하나”라며 “이러한 긍정적 측면은 생각지도 않고 일률적인 대출 규제를 가하면 도대체 사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조합원은 시공사 보증으로 대출을 원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예전에는 건설사가 자사 신용 대출로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빌려줬는데 지난해 말 건설사의 이사비 제안 금지 및 금품 제공 시 시공권 박탈 등을 골자로 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제도 개선방안’이 도입된 이후 시공사의 이주비 대출도 원천 봉쇄됐다.

다주택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사업 차질은 물론 애먼 세입자까지 ‘전세금 미반환’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송파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전세 세입자는 “집주인만 대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게 아니다”며 “오는 12월에 이사를 예정하고 있어 집주인에게 새 전셋집 입주일에 맞춰 전세금을 돌려달라 전했는데, 혹시 대출이 막혀 돈을 제때에 마련하지 못해 새 집의 전세 계약이 파기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간 수요 억제책만 펴왔던 정부가 최근 주택 공급난을 인식하고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나서면서도 정작 공급 효과가 높은 재건축 사업을 규제하는 건 다소 모순된 측면”이라며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적어도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 용도를 위한 대출 규제만이라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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