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잡이 금지했는데…그 많은 생태는 어디서 왔을까

작년 수입 생태 3664.6t 중 96.8%가 일본 훗카이도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알래스카산 생태도 수입
국내산 명태 한마리 50만원 현상금…국내산은 ‘金태탕’
동태 해동한 생태탕도…러시아산 생태탕은 의심해야
  • 등록 2019-02-13 오전 12:30:00

    수정 2019-02-13 오후 5:05:58

지난해 10월 19일 강원 고성군 거진읍 명태축제장 수족관에 전시된 살아있는 명태.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정부가 명태잡이를 전면 금지한 가운데 생태탕 판매를 단속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해양수산부는 “국내산 명태에 한해서만 포획·유통·판매를 금지하는 것”이라며 “동해에서 10년 넘게 자취를 감췄다가 돌아온 명태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급히 해명에 나섰다. 최근 정부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면서 어족지원이 회복할 조짐을 보이자 취한 조치다. 국내산 생태로 끓인 생태탕을 팔다가 걸리면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우리 앞바다에서는 명태잡이가 금지됐으니 국내산 명태로 끓인 생태탕을 못 먹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국내산 명태가 아예 잡히지조차 않았던 지난 10년간 우리가 먹어온 생태탕의 생태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수입산 생태 10마리 중 9마리는 일본 홋카이도산

일본 앞바다에서 잡혀 배타고 들어온 일본산 생태였을 가능성이 열에 아홉이다.

명태는 차가운 물에서 사는 어종으로 동해, 오호츠크해, 베링해 등에 산다. 한국과 일본, 러시아 등을 오가기도 하고 알래스카나 캐나다 인근 해역에 사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로 들어오는 명태는 모두 일본, 러시아, 미국(알래스카), 캐나다산이다.

생태탕에 들어가는 생태는 냉장상태의 명태다. 포획 후 얼음 사이에 끼워서 국내로 들여온다. 명태를 얼린 동태는 멀리서도 가져올 수 있지만 생태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가까운 곳에서 가져와야 한다. 일본 홋카이도(북해도)에서 잡힌 명태가 주로 생태 상태로 국내에 들어온다. 홋카이도에서 잡힌 명태는 4일이면 부산 국제수산물도매시장으로 들어와 전국에 팔려나간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한 생태 3664.6t 중 96.8%에 해당하는 생태 3545.1t이 일본산이었다. 캐나다산은 1.8%(64.8t), 러시아산은 1.5%(53.7t)로 뒤를 이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알래스카산 생태도 수입

현재는 일본산 생태가 대세지만 한때는 외면받기도 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당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자료를 보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세슘 검출 건수는 2011년 21건에서 2012년 101건으로 5배 늘었다.

검출량 허용기준치(100㏃/㎏)를 넘지 않아 시중에 유통됐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자 대형마트들은 한때 일본산 생태 수입을 중단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10년간 일본산 생태 수입이 가장 많았던 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듬해인 2012년이다. 생태 수요가 폭증하며 전체 생태 수입량이 5827.8t을 기록했다. 지금의 1.5배 규모다. 이 중에서 5446.2t을 일본에서 수입했다.

유통업체들은 공급이 달리자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미국 알래스카까지 생태를 사러 갔다. 2012년 알래스카산 생태 19.5t이 국내에 들어오기도 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멀리서 온다고 해도 냉장 상태로 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명태가 최근 강원 고성군 공현진항 앞바다에서 잡혀 자원회복에 대한 어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항구 위판장에 쌓여 있는명태. 연합뉴스 제공
살아 있는 명태 한 마리 50만원 현상금…국내산은 ‘金태탕’

국내에서 명태가 전혀 잡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08년에는 어획량 0t을 기록하는 등 씨가 마른 듯 보였지만 아주 조금씩은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그러나 생태탕 용도로 팔렸을 가능성은 없다.

보상금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부터 강원도와 함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명태 알을 부화시켜 치어를 생산하고 바다에 방류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위해 필요한 국내산 명태를 확보하기 위해 살아 있는 상태로 잡아오면 마리당 50만원씩 보상금을 줬다.

보상금을 포기하고 생태탕집에 명태를 넘길 리 만무한 만큼 국내산 생태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동해에서 명태 1만마리 가량이 잡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산 당국이 방류한 명태와 러시아 등으로 떠났던 명태가 섞여 돌아오면서 명태잡이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내산 명태 자원 회복을 확인한 뒤 활어에 대한 보상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해안가 인근의 생태탕 집에 생태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태 해동한 생태탕도…러시아산 생태탕은 의심해야

속아서 동태탕을 생태탕으로 먹었을 수도 있다. 냉동상태로 들어오는 동태는 보관이 쉽고 장거리 수송이 가능한 탓에 생태보다 월등히 싸다. 문제는 동태로 끓인 탕과 생태로 끓인 탕을 일반인들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동 과정을 잘 거치면 생태와 동태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수산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참치(다랑어)도 먼바다에서 잡아 냉동상태로 오지만 먹을 때는 해동 정도에 따라 선어처럼 먹을 수 있다”며 “보통 살이 얼마나 퍽퍽하느냐를 두고 판단하는데 해동을 잘 시켜 탕으로 끓이면 동태인지 생태인지 사실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생태와 동태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국의 이야기와 통계를 종합해보면 원산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비교적 정확하다. 생태는 10마리 중 9마리 이상이 일본산이고 동태는 반대로 10마리 중 9마리가 러시아산이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동태는 총 19만6862.5t이었는데 이 중 96.4%가 러시아에서 왔다. 미국(알래스카)산 동태는 3.4%(6686.4t)였고 일본산은 1.4%(279t), 캐나다산은 0.1%(194.4t)였다.

정부가 명태 개체 수 회복을 위해 명태잡이를 전면 금지하는 동시에 국내산 명태가 들어간 생태 판매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생태집 모습.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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