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적도 태평양 대기 순환 강화, 자연변동성이 주 원인"

국제 공동 연구진, '워커순환' 강화 경향이 자연 변동성에 기인함을 입증
  • 등록 2019-04-02 오전 1:00:00

    수정 2019-04-02 오전 1:00: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후물리 연구단이 미국과 독일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통해 최근에 관측되고 있는 ‘워커순환(Pacific Walker circulation)’의 강화 경향이 온실 기체의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기후시스템 내의 자연 변동성(natural variability 또는 internal variability)에 기인함을 입증했다고 2일 밝혔다.
워커순환(Pacific Walker circulation) 모식도. 왼쪽 상단의 그림은 적도 태평양에 위치하고 있는 동-서 방향의 대규모 대기 순환인 워커순환(Pacific Walker circulation)을 나타낸다. 해수면 온도가 높은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구름이 연직으로 발달하고 강수를 동반함과 동시에 강한 상승 운동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반면 해수면 온도가 낮은 동태평양에서는 수직적으로 발달하는 구름의 생성이 억제되고 하강 운동이 지배적으로 일어난다. 또 지표 부근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관측되고 대기 상층에서는 반대 방향의 바람이 주로 나타난다.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후모델들은 온실기체의 증가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서태평양 지역의 상승 운동과 동태평양에서 일어나는 하강 운동의 약화를 전망하고 있다. 또한 지표 근처에서의 동풍과 상공에서의 서풍도 약화돼 워커순환의 강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왼쪽 하단의 그림). 반면 자연 변동성(또는 내부 변동성)의 영향으로 워커순환이 최근 강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동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왼쪽 중간 그림). 하지만 시간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연 변동성의 영향이 줄어들어 관측으로부터 온실기체 증가에 의한 워커순환의 약화를 판별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오른쪽 그림).그래픽=IBS.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변동성과 더불어 인간 활동에 기인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적도 태평양에서는 차가운 동태평양과 따뜻한 서태평양 사이의 해수면 온도 차이로 인해 시계 회전 방향의 대규모 대기 순환이 존재한다. 이를 워커순환이라고 한다. 워커순환은 1990년대 초부터 2010년대 기간 동안 그 강도가 이례적으로 증가하면서 온실기체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이런 변화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뭄 현상을 심화시켜 농업, 수자원 관리 및 산불 발생 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워커순환이 사회·경제 및 생태계에도 변화를 끼치면서 워커순환의 강화 경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간 활동에 기인하는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물리·화학·생물학적 과정들이 표현돼 있는 컴퓨터 수치모형(기후모델)들이 사용돼 왔다. 수치모형에서는 온실기체의 증가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워커순환의 강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기후모델 실험 결과가 최근 워커순환의 강화 경향과는 반대로 나타나면서 기후모델 실험으로부터 산출된 미래 기후변화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특히 워커순환 연구에 있어 육지에서와 달리 해양에서는 장기간 정기적인 관측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측으로 나타난 워커순환의 강화 경향이 인간 활동에 기인하는 것(온실기체 증가)인지 아니면 기후시스템 내 자연변동성에 의한 것인지 규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상 관측의 제약으로 인한 원인 규명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 지구 범위를 포괄하고 정기적인 관측이 가능한 위성 관측과 오차가 보정된 여러 지상 관측 자료를 사용해 워커순환의 변화패턴을 분석했다. 또 기후시스템 내의 자연변동성과 온실기체의 증가에 기인하는 워커순환의 변화 판별에 최적화된 기후모델 실험 결과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기후모델 실험은 평균적으로 워커순환의 약화 경향을 보인 반면 위성 관측으로부터는 강화 경향이 도출됐다. 다만 위성 관측에 나타난 워커순환 강화 경향의 크기는 기존 연구 결과에 비해 상당히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동일한 외부 조건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모델 실험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부 실험의 경우 위성 관측에 부합하는 강화 경향을 보인 반면 다른 일부 실험의 경우 뚜렷한 약화 경향을 보였다. 이로써 연구진은 기후시스템 내 자연변동성이 최근 워커순환의 강화 경향의 주원인이라는 것을 도출해냈다.

정의석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로 온실기체의 증가를 포함한 인간 활동이 열대 지역의 대규모 대기 순환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수반된 수(水)권 순환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후시스템의 여러 과정들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를 포괄하는 장기간의 정확한 관측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향후 장기간에 걸친 위성 관측 결과와 다양한 외부 조건을 포함해 수행한 기후모델 실험 결과를 중심으로 자연변동성의 영향을 추가적으로 연구한다. 또 온실기체 이외에 에어로솔과 지표면 변화 등이 워커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4월 2일 오전 1시(한국 시각)에 온라인 게재됐다. 정의석 연구위원을 비롯해 악셀 팀머만 단장, 하경자 교수(부산대)가 미국 University of Miami, 미국 NOAA/NCEI, 독일 EUMETSAT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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