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끝나니 나가라"…59세 경비원들 날벼락

한전아트센터 용역업체, '10월말 계약만료' 일방 통보
정부 "공공기관 비정규직 65세 정년보장" 약속 뒤집혀
정부 로드맵 지침 없기 때문..로드맵 발표 오리무중
31만 비정규직 불안.."비정규직 제로시대라며 나가라니"
  • 등록 2017-10-10 오전 5:05:29

    수정 2017-10-10 오후 6:56:31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5월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임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59세 경비원들이 추석연휴 직후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60세로 규정된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정부의 실무 작업이 기약 없이 늦어지자, 업체 측이 계약만료를 일방 통보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해 기대감을 부풀려놓고 후속 대책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한국전력(015760)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 등 경비원 2명은 ‘10월31일에 정년 60세로 근로계약이 만료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한전과 계약한 경비 용역업체는 이들 경비원들의 사직서를 이미 받은 상태다. 다른 경비원 10명에도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받을 예정이다.

경비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공공기관 경비직의 정년을 65세로 권고했다”라며 “‘비정규직 제로시대’ 발표로 더 일할 수 있는 기대감이 컸는데, 추석 끝나고 나가라니 너무 억울해 밤잠을 못 자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7월20일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서울시처럼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통상 정년 65세를 보장한다”며 “청소, 경비 등 고령자 친화직종은 별도 정년 설정 등을 통해 (정규직 전환)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에는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행정안전부가 참여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은 “8월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표는 늦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전아트센터 사태와 관련해 “7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측 입장은 달랐다. 실무지침인 ‘정규직 전환 로드맵’ 없이 무작정 계약기간을 연장할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전 관계자는 “경비직 정년은 한전이 아니라 용역업체가 정한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 로드맵’이라는 정부의 명확한 방침이 없는 한 10월에 퇴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한전, 관계부처로부터 정확한 정년 지침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업체가 마음대로 결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전 주무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다.

이에 노광표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발표해놓고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부처·공공기관 간 엇박자까지 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한전과 같은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선공약에 따른 공공부문 비정규직(기간제 및 파견·용역)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총 31만1888명에 달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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