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세에 눌리고 배달업체에 치이고…울고 싶은 가맹점

'옐로카드' 꺼내든 정부, 편법적 가격 인상 차단 '엄포'
최저임금 인상·고유가·배달료 인상 등 '3중고'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자체 가격 인상 움직임
  • 등록 2018-01-12 오전 6:00:00

    수정 2018-01-12 오전 6:00:00

(사진=독자제보)
[이데일리 이성기 함지현 기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배달대행업체들까지 수수료를 올린다고 하니…”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11일 “자고 일어나면 연일 기름값도 오르는데 가맹점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유가 고공행진, 배달업체 수수료 인상 예고 등 ‘3중고’에 맞닥뜨린 가맹점주들 불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더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정부는 특별물가조사 실시까지 예고하며 물가 인상 억제에 나섰다.

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정부와 여론 눈치를 살피는 형국에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자체 가격 인상에 나설 태세여서 정부와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편법적 가격 인상 차단…‘옐로카드’ 빼든 정부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제1차 물가관계차관회의 및 제14차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에서 김밥·치킨·햄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상으로 소비자단체 특별물가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한 편법적 가격 인상을 사전에 차단하겠단 ‘엄포’ 차원이다.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은 모두 발언에서 “최근 일부 외식업체에 가격인상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물가 불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한 인플레 심리 확산 가능성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인상요인이 없음에도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상 요인 대비 과다하게 가격을 인상하는 등 편법적 가격 인상 사례를 방지해 인플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물가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생활 밀접 분야 불법적 가격인상 행위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통해 가격을 인상할 경우 엄중 조치하는 한편,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해 가격 인상을 했는지 등 시장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민 간식’으로도 불리는 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 제품 가격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내 치킨업체 한 매장에 비치된 메뉴판. (사진=연합뉴스)
가맹점들, “정당한 인상까지 못할 판” 볼멘소리

가맹점 측은 “배달대행 가격, 고유가 등 요인이 충분한데도 정당한 가격 인상까지 못할 지경”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의정부와 인천 지역의 경우 배달대행 가격이 500원씩 올랐고 하남도 15일부터 오른다고 들었다”며 “가맹점 입장에서 500원은 큰 금액이라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유 공급 감소와 수요 확대 등에 따른 고유가도 문제다. 특히 휘발유 값은 지난해 7월 넷째 주 1437.8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23주 연속 상승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1분기 안에 1600원대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달대행업체들은 리스비용과 주유비 인상 등을 이유로 줄줄이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 한 배달대행업체는 최저임금 인상 적용을 앞둔 지난해 말 가입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콜 요금(수수료)인상을 통보했다.

정부와 본사, 배달대행업체 사이에 낀 가맹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인건비 문제로 배달대행업체를 많이 쓰는 추세라 오히려 배달대행업체가 갑(甲)”이라며 “어떤 업체는 신규로 들어오려는 가맹점을 안 받는 곳도 있어 배달대행을 맡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곤 거의 다 배달대행을 쓴다”며 “가맹점이 협상할 여지도 없이 (수수료를)사실상 가맹점에 통보하는 형태”라고 덧붙였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지난해 ‘갑질’로 미운 털이 박힌 터라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어 가격 인상을 망설이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일부 가맹점들은 자체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BQ 가맹점주 대표들 및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본사 측에 가격 인상을 건의하는 한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만간 행동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마다 가격이 달라도 상관은 없지만 본부 차원에서 한 번 올리면 ‘타깃’이 된다”며 “누가 총대를 메줘야 하는데 모두 속앓이만 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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