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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요즘 장사하기 많이 힘들지요? 도장 들고 잠시 제 사무실에 들러주세요.”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한 상가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백모(43)씨는 29일 오전 건물주 변모(63)씨의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가슴이 덜컥했다. 혹시라도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까 봐서였다.
이날 오후 잔뜩 긴장해 사무실을 방문한 백씨에게 변씨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임차인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한다’는 내용의 임대료 조정 합의서였다.
이날 백씨 외에 다른 11명의 세입자들도 변씨를 만나 비슷한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해당 건물은 부평 문화의 거리(로데오 거리) 한복판에 있는 10층짜리 상가로 총 12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백씨는 “이 건물에 입주한 지 5년이나 됐는데 최근 인건비가 많이 올라 아르바이트생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그래도 건물주의 배려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돼 너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결정에 대해 묻자 변씨 측은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나만 살 수는 없고 서로 상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다들 힘든 상황인 것 같아서 임대료 15~20% 정도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