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정식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욱일승천하고 있는 중국 조선소들이 변수가 된 탓이다. 해운·조선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수정환산톤수(CGT)를 기준으로 올 상반기 중국은 909만CGT(481척)를 수주했다. 중국의 시장점유율도 전년 동기의 39.9%에서 44.4%로 올랐다. 반면 한국 조선소는 상반기에 555만CGT(164척)를 수주, 작년 787만CGT(230척) 대비 29.5%나 줄어들었다. 한국 조선은 수주시장 점유율도 31.8%에서 27.1%로 감소했다. 세계 최대 울산조선소를 갖고 있는 1위 현대중공업마저 지난 2분기 창사이래 최악인 1조103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악화는 주가 하락으로, 직원들의 성과급 인하라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도시’의 분위기도 예전같지 않다. 거제에서 만난 한 조선소 직원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저가 수주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과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힘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럴까.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1등 자리에 안주해 위기파고가 몰려오는데도 이를 가볍게 여긴 점이 없지 않다”며 “제조업 부활의 시발점은 정주영 이병철 박태준 같은 1세대 창업자의 상상력과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지난 달 구글로 자리를 옮긴 앨런 멀럴리 전 포드 최고경영자(CEO)를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도사’로 부르고 있다. 보잉 출신인 멀럴리는 포드에서 8년간 CEO로 근무하면서 미국 자동차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 구제금융을 받지 않고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그가 포드를 재건시키는데 쓴 비법은 기술제일주의, 솔선수범,자국 소비자 으뜸주의 등이라고 미국 언론은 분석한다. 비법이 아니라 기본에 가깝지만.
한국이 제조업을 버리지 않을 거라면 독하게 혁신해야 한다. “좋은 시절이 다시 오겠지”라고 지금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면 때를 놓칠 공산이 크다. 정부도 독하게 혁신하는 기업엔 세금 감면과 인프라 지원 등 강력한 인센티브로 화답해야 한다. 수려한 자연경관의 거제도가 진짜 아름다운 건 바다를 낀 야드에서 웅장한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안다면 말이다. <총괄부국장 겸 산업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