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혁신 로켓, '과속' 전략에 궤도 이탈 '휘청'

'엄선' 내세운 로켓직구...불법의약품 문제는 '판매자 탓'
쿠팡맨 임금갈등 임시봉합...배송직원 확대는 '물음표'
"직원·소비자 신뢰 놓치면 추가 투자 어려워질 수 있어"
  • 등록 2017-05-26 오전 5:30:00

    수정 2017-05-26 오전 5:30:00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쿠팡은 경쟁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고객의 실망이 두렵다.”

2015년 3월 17일,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는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향후 사업전략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쿠팡의 위기는 아마존을 비롯한 경쟁업체가 아닌 소비자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2년 뒤 김 대표의 말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지금의 쿠팡을 있게 한 자체 배송인력 ‘쿠팡맨’과의 잡음에 이어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의약품 판매를 방치한 사실이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로켓배송·직구’ 등 판매망 관리에 애를 먹는 이유가 무리한 확장 정책에서 기인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엄선한다던 ‘로켓직구’…‘불법 약품’ 앞에선 모르쇠

23일 쿠팡이 불법약품 판매를 방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에도 2시간 이상 판매 게시글은 내려가지 않았다. 사진은 로켓직구에 올라온 온라인 판매금지 의약품 ‘센트롬 스페셜리스트’
쿠팡은 지난달 24일 해외 직접구매(직구) 상품을 주문하면 3일 안에 배송해주는 ‘로켓직구’ 서비스를 출시했다. 쿠팡은 엄선한 제품만 팔겠다고 했다. 그러나 로켓직구는 출시 한 달 만에 잡음을 일으켰다.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센트롬 스페셜리스트 에너지’ 등이 쿠팡 직구서비스를 통해 버젓이 유통된 게 문제였다.

쿠팡은 23일 관련 보도가 나가자 쿠팡은 플랫폼 제공자로서 불법을 저지른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오픈마켓의 특성상 수많은 물품이 자유롭게 등록·매매되기에 전 품목을 실시간으로 감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동종 업계 입장은 어떨까. 쿠팡보다 앞서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운영사)와 SK플래닛(11번가 운영사) 등도 쿠팡처럼 불법 게시물 ‘노이로제’를 호소했다. 다만 쿠팡에서 문제가 됐던 판매금지 의약품은 ‘민감 품목’으로 지정, 실시간으로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쿠팡에서 문제가 됐던 센트롬 등은 기존 오픈마켓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오픈마켓 한 관계자는 “소비자 건강과 직결되는 약품은 해외직구 부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물품이라 실시간 관리에 나서고 있다”며 “선두 이커머스 업체들이 겪었던 부작용인데 쿠팡이 해결책 마련 대신 기존 업체들의 ‘변명’만 답습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로켓 배송’…‘돈’ 풀었지만 정규직전환 ‘글쎄’

(사진=쿠팡)
‘로켓 배송’(24시간 내 무료배송 서비스)은 ‘꼼수 임금삭감’ 논란에 부딪혔다. 지난달 1일 쿠팡맨에게 지급되던 안전보상비(SR)이 상대평가로 전환된 게 문제였다. 쿠팡맨의 급여구조는 ‘기본금+SR+인센티브’로 돼 있다. 이중 고정적으로 지급되던 40만원 상당의 SR이 직원 평가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면서 임금이 줄어든 쿠팡맨이 다수 발생했다.

문제는 쿠팡이 임금제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직원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창원 지역에서 근무 중인 쿠팡맨 3명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 김범석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결국 쿠팡은 SR 차등 지급 기준을 5일 이상 배송에 무사고이면 4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다시 바꿨다. 임금제도 변경 한 달 만에 백기를 든 셈이다.

쿠팡맨 평가등급도 기존 6등급에서 3등급으로 줄였다. 주6일 근무 기준으로 1등급(20%) 연봉은 4500만원, 2등급(70%)은 최소 4300만원, 3등급(10%)은 4300만원 또는 4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주5일 근무자는 33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다만 쿠팡이 자신했던 로켓배송 확대전략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쿠팡맨의 ‘오락가락’한 임금과 별개로 쿠팡맨의 전체 인원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쿠팡은 올해 쿠팡맨을 1만 5000명까지 확대하고 6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쿠팡맨 수는 3600여명에 그친다. 이 중 정규직 비율은 30% 선에 머물고 있다.

추격자 된 쿠팡, ‘덩치’ 커질수록 속도조절 해야

좋은 취지로 시작한 로켓직구, 로켓배송이 연달아 악재에 휘말린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이 성과를 내기위해 ‘과속’을 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기존 이커머스 선두업체인 G마켓과 옥션 등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확장과 속도경쟁에 혈안이 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소비자·직원과의 소통은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언더독’으로 꼽히는 위메프와 티몬이 매섭게 쿠팡을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을 둘러싼 잡음이 자칫 브랜드 신뢰도 저하까지 이어질 경우 과거 일본 소프트뱅크같은 ‘큰 손’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보원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별개로 당장 발생한 논란을 애써 외면한다면 기회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결국 기업을 키우는 것은 ‘사람’이다. 법이나 제도, 투자자보다 무서워해야 할 대상은 기업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똑똑한 소비자와 직원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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