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한국영화, 더 즐거워져야

  • 등록 2018-07-12 오전 5:00:00

    수정 2018-07-12 오전 5:00:00

[정재형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이번 주까지 영화흥행 성적을 알아보자. 박스오피스 10위권 영화 중 누적관객 수(7월10일 현재) 1위는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564만명), 2위는 ‘탐정: 리턴즈’(309만명), 3위 ‘앤트맨과 와스프’(302만명), 4위 ‘마녀’(195만명), 5위 ‘오션스8’(133만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영화가 두 편이나 올랐다는 것은 놀라운 현상이다. ‘쥬라기월드’가 여전히 극장가를 주름잡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속편으로 관객몰이하는 방식은 이제 할리우드의 흥행전략이 되었다. 이러한 프랜차이즈로 무장한 할리우드의 무기는 여러 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마블사와 DC사의 프랜차이즈 영화들이다. 마블의 ‘앤트맨과 와스프’가 역시나 개봉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대부분은 이러한 프랜차이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쥬라기 월드’ 역시 ‘쥬라기 공원’의 흥행에 힘입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도 그러한 방식을 서서히 채택하고 있는 것 같다. ‘마녀’가 그렇고 ‘탐정: 리턴스’ 역시 그렇다. ‘마녀’는 1편이고 속편을 예고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탐정: 리턴스’는 2015년 ‘탐정: 비기닝’에 이어 속편으로 제작된 것이다. 당시 전편은 262만명이라는 히트를 기록했다. 이번엔 더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영화는 프랜차이즈 상품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좀 있으면 1000만 명을 찍었던 ‘신과 함께’ 속편이 개봉한다. 1000만 명을 또 넘을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이제 한국영화도 미국영화의 전략과 크게 차이가 없어진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들은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처럼 오락화 되어 획일화된다는 걱정을 한다,

하지만 그건 다른 얘기다. 할리우드 영화가 오락영화고 유럽이나 아시아 영화가 예술영화라는 이분법은 이제 옛날 얘기다. 그건 영화를 여전히 계몽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때 하는 말이다. 영화는 오락이든 예술이든 관객 측면에서 보면 다 같은 영화다. 관객에겐 오락영화도 필요하고 예술영화도 필요하다. 오락영화를 잘 만들어 관객에게 환영받는 현상을 나쁘다고 얘기하면 안 된다. 예술입네 하면서 관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영화보다는 확실하게 오락을 주는 영화가 더 낫다.

이번 주에 기대되는 영화는 단연 한국영화 ‘마녀’다. 개봉한 지 2주밖에 안 되었고 이번 주 흥행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 가면 이번 시즌 한국영화 최고 기록을 세울지도 모른다.

‘마녀’는 전형적인 짜깁기 영화다. 그 영화 안에는 우리가 많이 보았던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이 다 들어가 있다. 아주 오래전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 ‘니키타’에서부터 최근의 할리우드 액션 ‘울버린’, ‘본 아이덴티티’ 등을 버무려 만든 영화다. 하지만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 있어서 볼만하다. 한국 관객은 똑같은 영화라도 한국 배우가 나오고 한국적 정서를 버무리면 할리우드 영화보다도 더 좋아한다.

한국영화가 미국영화를 이기는 길이 그곳에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기죽을 필요 없이 우리는 우리 식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버무려 만들면 된다. 한국영화가 저예산으로 고예산의 미국영화를 이기는 방식이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한국영화는 더 할리우드적으로 세련되고 재밌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할리우드 영화보다도 더 재미있는 한국영화를 보게 될 테니까. 그걸 입증해낸 나라가 바로 인도이고, 발리우드 영화가 그 결과물이다.

최근 한국 관객은 정치적인 고발 영화나 진지한 영화를 꺼리는 현상을 보인다. 그동안 그런 영화가 많이 개봉해서 싫증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현실이 정치적이어서 한국인들이 피하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엔 영화를 통해 국민을 정치로부터 도피시키기 위해 국가가 오락영화를 장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외려 국민이 자발적으로 정치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오락영화를 진지한 영화보다 더 찾는다. 흥행에서 밀려난 진지한 한국영화들 입장에선 아쉬울 테지만,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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