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연의 패션톡]격식과 개성 아우른 '블레이저'

  • 등록 2019-03-22 오전 5:30:00

    수정 2019-03-22 오전 5:30:00

[김자연 구찌코리아 플래그십 총괄이사] 계절이추운 겨울에서 따스한 봄으로 바뀌면 내 옷장이 바뀐다. 겨우내 다양한 외투와 곁들여 입을 옷가지로 가득했던 옷장은 설레는 봄을 맞아 블레이저(Blazer)로 채워진다. 블레이저는 콤비 상의를 총칭하는 말이다. 화려한 색상에 신사복 느낌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블레이저가 남자들의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럽에선 장소에 따라 옷차림의 격을 중시하는데, 개성을 드러내면서 격식을 차리기에 블레이저만한 의상이 없기 때문이다. 평소 캐주얼 차림을 선호하는 유럽인이라도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청바지와 티셔츠 대신 블레이저 재킷으로 예의를 갖춘다.

블레이저 재킷은 정장 재킷과 비교해 자유롭게 매치할 수 있어 다양한 느낌을 선사할 수 있다. 정장 재킷은 상·하의를 같은 색깔과 재질로 만드는 반면, 남성 블레이저는 상·하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어떤 옷과 매치해 입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블레이저의 어원은 ‘블레이즈(Blaze·불타오르다)’이다. 이렇게 불리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다.

하나는 현재도 영국 템스 강에서 열리는 영국의 오랜 라이벌 대학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간 보트 경기다. 1877년 케임브리지대의 레디 마가렛 보트 클럽 선수들이 학교의 상징 색상인 진홍색의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학생들이 보트에 오르기 전 진홍색 상의를 일제히 벗어 던졌고, 이 광경을 본 관중들이 뜨거운 햇살을 받아 불타오르는 인상을 받아 “어블레이즈(Ablaze·불타는 듯한)!”라고 함성을 질렀다. 불꽃과 같은 응원의 기운을 전하기 위한 많은 사람의 외침은 블레이저를 통해 전달됐다. 진홍색 상의를 벗어 던졌을 때의 강렬함은 그 어떤 옷의 향연보다 아름다웠을 것이다.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1897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해군 함선 ‘블레이저호’를 방문했을 당시 함장은 군인들의 제복에 놋쇠로 만든 금장 단추를 달도록 지시했다. 빅토리아 여왕 앞에서 단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그 모습에 빅토리아 여왕은 흡족해 했고, 이후 해군 제복도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함장의 조치로 제복에 단 금장단추는 블레이저를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이 됐다. 이후 버튼이나 재단, 색상 등이 다양하게 바뀌면서 현재와 같은 블레이저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블레이저 재킷은 클래식하고 단정하다. 동시에 자신 만의 매력을 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또 여성이 남성 블레이저를 멋지게 소화했을 때의 세련미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이처럼 그 어떤 스타일의 옷에도, 그리고 어떤 색에도 조화롭게 어울려 새로운 매력을 입힐 수 있는 것이 블레이저의 힘이다. 그래서 계절이 바뀌는 길목, 특히 설렘 가득한 봄에는 언제나 나를 빛내줄 블레이저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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