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국 순방 중에 발생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이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 여러분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선 논란이 있었다. 이것을 ‘대국민 사과’라도 표현해도 되겠느냐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후부턴 논란조차 일지 않는다.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일까. 박 대통령이 ‘간접 사과’를 하면 기자들은 ‘대국민 사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기초연금 축소 논란에 대해선 국무회의에서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2주 전인 지난 15일에는 국무회의에서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사건을 언급하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사과 발언이 녹화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므로 대국민 사과가 맞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른 사과 형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쌀시장 개방 불허를 약속했다가 우루과이라운드(UR)로 공약을 파기하게 되자 TV 생중계를 통해 16분 동안 대국민 사과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수회사인 ‘장수천’ 투자배경과 경남 김해 진영 땅 소유주 논란이 일자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광우병 파동이 일었을 때 대국민담화 형식을 빌려 사과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 대해서마저 간접 사과를 했다는 점은 ‘불통’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사고 발생 13일 만에 뒤늦게 이뤄진 사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과의 형식이 무척이나 아쉽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과거에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