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watch] 朴대통령, 네번 모두 '간접 사과'

  • 등록 2014-04-30 오전 6:06:06

    수정 2014-04-30 오후 3:22:01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정부 들어 기자들은 ‘대국민 사과’라는 표현을 쓸 때마다 머뭇거리게 된다. 흔히 대국민 사과라고 하면 TV 생중계를 통해 머리를 숙이는 것을 떠올린다. 지난 26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늘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뤄졌다. 국민 앞이 아닌 국무위원들이나 참모들 앞이었다. 사실상 ‘간접 사과’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국 순방 중에 발생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이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 여러분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선 논란이 있었다. 이것을 ‘대국민 사과’라도 표현해도 되겠느냐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후부턴 논란조차 일지 않는다.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일까. 박 대통령이 ‘간접 사과’를 하면 기자들은 ‘대국민 사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기초연금 축소 논란에 대해선 국무회의에서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2주 전인 지난 15일에는 국무회의에서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사건을 언급하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과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하며 취임 후 네번째 간접 사과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사과 발언이 녹화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므로 대국민 사과가 맞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른 사과 형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쌀시장 개방 불허를 약속했다가 우루과이라운드(UR)로 공약을 파기하게 되자 TV 생중계를 통해 16분 동안 대국민 사과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수회사인 ‘장수천’ 투자배경과 경남 김해 진영 땅 소유주 논란이 일자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광우병 파동이 일었을 때 대국민담화 형식을 빌려 사과했다.

물론 대통령이 크고작은 사건사고에 매번 생중계로 사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과의 형식은 당연히 사안의 무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국무회의 등을 통해 간접 사과를 전혀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 대해서마저 간접 사과를 했다는 점은 ‘불통’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사고 발생 13일 만에 뒤늦게 이뤄진 사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과의 형식이 무척이나 아쉽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과거에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녀 골퍼' 이세희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