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지먼트]한글로 행복을 디자인하는 회사(26)

- 한글폰트 개발 사명감이 펀 경영의 성공비결
- 산돌커뮤니케이션,매년순익10% 사회기부 고집
  • 등록 2014-08-22 오전 6:00:00

    수정 2014-08-22 오전 6:00:00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회사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 그럴 바엔 기업의 오너 혼자서 경영해야 한다.”

서울 대학로 부근에 본사가 있는 산돌커뮤니케이션의 석금호(59) 대표는 회사 존속의 필수조건으로 직원들의 행복을 첫손에 꼽았다. 석 대표가 직원행복을 위해 실천하는 ‘펀(Fun) 경영’의 한복판에는 ‘업(業)에 대한 사명감’이 자리하고 있다.

석 대표는 “펀 경영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직원마다 회사에서 맡은 일 자체에서 사명감을 갖게 될 때가 가장 효과적이다”면서 “그 사명감은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석 대표 자신부터 지난 1984년 한글 폰트 개발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산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국내 최초의 한글폰트 개발업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 폰트를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에서 모두 수입해 사용하는 걸 보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창업에 나선 것이다.

사업 초기부터 이익을 내기보다 ‘한글의 계승· 발전’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회사를 시작하다보니 사업이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했다. 석 대표는 “당시 한글 폰트를 돈을 주고 사용하겠다는 수요 자체가 없어 사업초기 몇 년간은 수익은 커녕 매출조차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며 “3년간 하루 세끼를 라면으로 떼우며 한글 폰트는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텨냈다”고 회고했다. 그야말로 일본제품이 장악하고 있던 한글폰트 시장의 ‘독립운동’이었다. 그 때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얼마 전까지 이 회사 창립기념일인 4월15일에는 어김없이 ‘라면 잘 끓이기“ 대회를 사내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한글 폰트시장은 300억원 규모지만 시장은 정체되어 최근 몇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직원 46명 규모인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0억원을 거뒀다. 매출의 절반은 기업전용 한글폰트 개발에서, 나머지 절반은 일반 폰트 라이선스를 통해 올리고 있다.

한글 폰트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 회사는 지금까지 모두 600여개의 다양한 한글 폰트를 개발했다. 개발한 대표적 한글 폰트로는 본고딕, 산돌제비체, MS 맑은 고딕, 네이버 나눔고딕, 현대카드 U&I체, LG(003550)그룹에서 사용하는 산돌고딕네오, 삼성그룹 전용 서체 등이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한글 폰트 가운데 약 20%는 이 회사가 내놓은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월정액을 내면 이 회사가 개발한 모든 한글 폰트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제2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6개월 무상서비스 후 유료 전환예정이지만 석 달만에 2만5000명 가까운 회원을 모을 정도로 고객들에게 초기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 민족의 고유문자인 한글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직원들의 자부심과 보람이 오늘의 산돌커뮤니케이션을 있게 했다.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다보니 직원들의 행복도는 어느 업체보다 높다.”

석 대표는 “대다수 직원들은 회사의 이상적인 사업 모델에 끌려 들어왔다”며 “그러다보니 보수나 처우가 다른 디자인 업체에 비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일 자체에서 얻는 직원들의 만족도는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 전략기획팀 장현진 팀장은 “한글 폰트를 개발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희열은 다른 어느 회사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라며 “직원 모두 자신들이 개발한 한글 서체가 이 나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국민들이 영원히 사용하게 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한글 서체를 개발할 수 있는 전문 디자이너는 국내에 통틀어서 100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귀한 존재다. 대학에서도 한글서체 디자인을 가르치는 학과가 전무하다보니 스스로 연마해 터득하거나, 도제식으로 배울 수 밖에 없어 이 분야 전문가가 양산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교적 단순하게 작업할 수 있는 영어나 중국어와 달리 한글은 서체를 개발하기가 지구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자여서 어지간한 사명감이나 자부심없이는 이 분야에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석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펀 경영의 중심에 놓고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으로 이 분야에서는 정평이 나있다. 그러다보니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파격적인 서비스도 과감하게 내놓고 있다. 한글 폰트 무상지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한글 폰트를 쓰고자 해도 금전적 여유가 없는 벤처, 중소기업들이 이 회사의 모든 한글 폰트를 조건없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하고 있다. 나아가 사회적 기업들과 대학생들에게도 예외없이 공짜로 한글서체를 지원한다.

석 대표가 직접 강사로 나서 ‘한글로 한국을 마케팅하자’라는 주제로 지난 10년간 매달 셋째주 목요일에 한번 씩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강의를 지속해 온 것도 사명감에서다. 석 대표는 이 강의를 들은 수강자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피부로 깨닫게 해줘 감사하다며 벅찬 감격을 얘기할 때 사업을 하는 보람을 가장 진하게 느낀다고 귀띔했다.

“회사가 수익을 내는 것은 존속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지만, 사회에 기여를 하는 것은 더 중요한 기업 본연의 역할이다.” 석 대표가 회사 설립때부터 지금까지 변치않고 지키고 있는 초심이자 경영철학이다. 이 회사가 수익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것은 이 회사 고유의 기부문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산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회사 순이익의 10%를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이전 20년간은 아예 회사 이익의 전부를 기부하는 경영원칙을 지켜왔다고 한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영스타일이다. 이 원칙을 4년 전에 순익 10% 기부로 바꾼 것은 회사의 신규사업 확대와 연구·개발 강화 등을 위해 이익의 일정부분을 사내에 유보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석 대표는 회사이익의 기부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체계적으로 실천하고자 자신이 직접 링킹더월드라는 비영리단체를 지난 1997년에 설립했다. 이후 아이티, 모잠비크,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카니스탄 등 후진국에서 활발하게 학교를 세우고 구호활동을 벌이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단체로 성장했다. 현재 링킹더월드는 한국과 미국에 각각 사무소를 두고 있다. 특히 링킹더월드는 미국정부로부터 공식 비영리단체로 인정을 받을 정도로 한국의 대표 비정부기구(NGO)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정부로부터 정식인정받은 한국 NGO는 링킹더월드와 굿네이버스 두 곳 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회사가 낸 수익의 일정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모든 면에서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특히 정직해야 한다.”

석 대표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법규를 위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일상적인 현상이 된데 대해 “기업의 존재에 대한 당위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글 지킴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똘똘뭉친 이 회사 직원들은 2년마다 한명도 빠짐없이 해외에서 4박5일 일정의 워크숍을 갖기도 한다. 올해도 지난 3월 필리핀 세부에서 모든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워크숍을 실시했다.

“해외 워크숍을 갈 때면 모든 직원들 얼굴에 그동안 볼수 없었던 반짝반짝하는 광채가 난다. 이때가 되면 한글 폰트 개발이라는 사명감아래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지만, 때때로 너무 힘든 일을 시키고 있지 않나 스스로 반성하곤 한다.”

국내 대표적 한글 서체 개발전문업체인 산돌커뮤니케이션의 석금호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해지 않는 회사는 존재할 의미가 없다”면서 “직원들의 행복은 사회적으로 얼마나 보람있는 일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 관련기사 ◀
☞LG, 추석 전 협력사 납품대금 1.1조 조기 지급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