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비자단체 공명심에 기업체 멍든다

  • 등록 2014-11-24 오전 7:00:00

    수정 2014-11-24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무쇠솥으로 유명한 주방용품 브랜드 르크루제는 최근 실리콘 주방용품으로 크게 홍역을 치렀다. 실리콘은 높은 온도를 잘 견뎌 주방용품 재료로 널리 쓰인다. 문제는 르크루제가 만든 제품이 열에서 변형을 일으켰다는 녹색소비자연대의 발표가 있었던 것.

속사정을 알고보니 씁쓸했다. 물론 업체 측의 실수가 있었지만 그에 대한 댓가가 너무 컸다. 그 이면에는 녹색소비자연대 측의 조금은 부주의하고 섣부른 결과 발표가 있었다.

실리콘 주방용품은 저마다 견딜 수 있는 온도인 ‘내열온도’를 제품에 표기해 놓는다. 일반적으로 기름에 튀기는 요리가 온도가 가장 높은데 160℃에서 180℃까지 오른다. 대부분의 제품은 200℃에서 250℃도 정도로 내열온도를 정한다.

그런데 르크루제 제품은 내열온도가 무려 425℃에 달했다. 당연히 이 제품은 열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여기까지가 녹색소비자연대의 발표다.

200℃만 넘어도 크게 무리 없는 내열온도를 425℃까지 표기한 이유는 너무도 황당했다. 화씨(℉)를 섭씨(℃)로 바꿔야 했는데 이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표기한 것이다. 섭씨로 표기할 경우 르크루제 제품의 내열온도는 218℃로 적정한 수준이다.

단순한 착오에 의한 실수여서 제품에 하자는 없고 실제 소비자의 피해도 전무하다. 그러나 제때 해명하지 못한 르크루제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표기사항을 수정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오해는 풀릴 수 있겠지만 공지사항을 확인하지 못한 소비자가 잃었을 신뢰를 되찾기는 힘들다.

녹색소비자연대 측 관계자는 “르크루제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아 해명을 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르크루제 담당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여러차례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아무런 해명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측이 마지막까지 르크루제의 해명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조사 결과 발표는 크게 다르지 않았더라도 업체 측의 해명이 실렸다면 소비자의 불안함은 줄었을 수 있다. 어렵게 조사를 의뢰해 발표한 결과는 결국 소비자단체, 기업체, 소비자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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