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의 몰락' 로스쿨 7년만에 학생수 반토막

법대 ‘사시 대비’서 로스쿨·공무원·공기업 준비코스로 전환
서울 ‘로스쿨 진학’···지방 ‘경찰·공무원 채용’ 맞춰 학과개편
법대생 7년간 절반 감소···“로스쿨·법대 공존법 필요” 주장도
  • 등록 2016-02-11 오전 5:00:00

    수정 2016-02-11 오전 11:37:43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동국대 법과대학은 2년 전부터 매년 ‘법학적성시험(LEET) 대비 특강’을 개설하고 있다. LEET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일종의 법조인 입문시험이다. 특강은 로스쿨 준비생들이 대상이다. 강사는 모두 외부에서 초빙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로스쿨 준비생들의 수요가 워낙 높기 때문에 특강을 개설한 것”이라며 “외부 인기강사를 초빙하려면 강사료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로스쿨 도입 이후 7년이 지나면서 대학 학부의 법학전공자가 절반(49.9%)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가 10일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07년 7만1540명이던 전국 대학의 법학과 재학생은 지난해 3만5826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당시 정부로부터 로스쿨 설치인가를 받은 25개 대학은 법학과를 모두 폐지했다. 로스쿨 안착을 위해 제정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선 로스쿨 인가 대학의 경우 법학사 학위과정을 둘 수 없게 했다.

로스쿨을 설치한 25개 대학에서 법학과를 폐지한 뒤 ‘로스쿨 인가’에 실패한 대학의 법학과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입학정원은 같은 기간 1만1294명에서 4512명으로 60% 가까이 축소됐다. 특히 서울지역 대학의 법학과는 4년간 로스쿨을 준비하는 ‘프리 로스쿨 (pre-lawschool)’ 과정으로, 지방의 법학과는 경찰이나 공무원시험을 대비하는 교육과정으로 변모했다.

홍익대 법대는 서울소재 대학 중 로스쿨 진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 중 하나다. 지난해에는 25명의 로스쿨 진학자를 배출했고 올해는 이 숫자가 3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학은 학생들을 신입생 때부터 희망 진로에 따라 △로스쿨 진학 △공사·공기업 취업 △공무원 채용 △해외 국제기구 취업 준비반으로 나누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덕분에 로스쿨 진학에 성공하는 학생 수는 증가 추세다.

이중기 홍익대 법대학장은 “매년 입학정원 140명 중 약 30%(42명) 정도가 로스쿨 진학 대비반에 들어간다”며 “한 해 30명이 로스쿨 입학에 성공한다는 얘기는 로스쿨 진학반 학생의 70% 정도가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지방대 법대는 경찰직이나 공무원 준비반으로 생존을 꾀하고 있다. 법률저널에 따르면 부산의 경성대는 지난해 기존 법학과를 법행정정치학부로 개편, 아예 공무원 희망 학생들을 중심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대전의 배재대도 2014학년부터 법학부를 공무원법학과로 개편했다. 상지대는 지난해 법학부를 법부동산학부로 특성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무 경성대 법행정정치학부 교수는 “법조인 양성체제가 사시에서 로스쿨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법·행정·정치학을 두루 접할 수 있는 학과로 재편했다”며 “과거 법학과 시절에는 사시를 준비하려는 학생이 많았다면 지난해부터는 공무원시험을 보려는 학생이 많이 입학한다”고 말했다.

로스쿨 제도가 안착하면서 기존 법과대학과 로스쿨 간 공존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 교수는 “법학과에서 기본이 되는 법학지식을 쌓은 뒤 3학년 때 로스쿨에 진학하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법학 기초지식을 법대가 맡게 되면 로스쿨은 학생 실무교육에 더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대학에서 학부 2년을 마치고 약대입문자격시험(PEET)을 거쳐 약대에 진학하는 ‘2+4학제’를 법조인 양성체제에도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정용상 동국대 법대 교수도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에 전념하고 법학자 양성과 직장인 재교육, 순수·이론법학은 법학부에 맡기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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