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AI 흑자도산 설까지 나도는데…손놓고 있는 당국

  • 등록 2017-09-04 오전 5:00:00

    수정 2017-09-04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사정 당국의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 검찰은 KAI 수사 착수 1개월이 지나서야 과거 KAI의 협력업체였던 D사 대표를 첫 구속했다. KAI 본사와 협력업체 등 전방위로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주요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진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전직 직원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천억원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검찰은 KAI가 지난해 회계 부정을 저지른 대우조선해양 처럼 매출을 부풀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AI 실사 결과 오히려 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회계법인은 ‘적정’ 감사 의견으로 분식회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러모로 검찰이 난관에 부딪힌 모양새가 됐다. ‘먼지떨이’식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수사 장기화에 따른 KAI의 유동성 위기다. 현재 KAI의 현금자산은 4000억원 수준이다. 매달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자금과 회사채 발행잔액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하지만 해외 수주가 막히고 회사 영업자금 조달이 어려워 지는 상황에서 주가 하락까지 겹칠 경우 유동성 위기는 불보듯뻔하다. ‘흑자도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현재 KAI 상황은 좋지 않다. 회사채 발행잔액 6000억원 중 지난 달 22일 만기가 도래한 2000억원(이자율 2.86%)을 갚았다. 전환사채(CP)로 겨우 메웠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신용평가사는 KAI 신용등급을 재검토하고 있다. 또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라 추가 CP 발행도 쉽지 않다. 하성용 사장의 퇴진으로 경영진 공백 상태다. KAI 내에선 10월 위기설 얘기가 나온다.

KAI는 지난 1999년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이 합병해 탄생한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업체다. 우리 군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항공기를 수출하고 있다. 그동안 공들여 키워놓은 이같은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물론 경영진 비리와 사업 과정에서의 잘못이 있었다면 분명히 책임을 묻고 단죄해야 한다. 그러나 그 시기를 놓치면 항공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정부 당국의 빠른 경영진 선임과 경영 정상화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항공기동에서 태국에 수출 예정인 T-50TH 항공기가 조립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앞은 우리 육군에 인도될 수리온 헬기 조립 모습이다. [사진=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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