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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수 부재 속에서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게 됐다. 2017년 한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연간 55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가전 사업과 스마트폰 등 나머지 사업에선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내지 못했다. 삼성전자 전체 수익 중 약 75%가 반도체를 포함한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서 나왔고 3대 사업 축 중 하나인 CE(생활가전)부문 영업이익은 전체 3%에도 못 미치는 1조 5000억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치중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새해, 삼성전자에 진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글로벌 투자운용회사인 모건스탠리는 2018년 초 낸드플래시 가격이 정점을 찍은 뒤 급락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새해 반도체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D램도 2019년부터 중국이 시장에 진입, 공급 과잉에 접어들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300만원 돌파를 점치던 기존 전망과 달리 240만원 선으로 주저 앉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은 1~2년 새 이뤄진 결과가 아니라 2000년 이후 꾸준히 지속해온 반도체 분야의 선제 투자와 ‘초(超) 격차’ 전략이 열매를 맺은 것”이라며 “기업 총수의 주요 역할인 미래 먹거리 발굴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 삼성도 언제든 세계 1등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물론 리커창(李克强) 총리와도 친분을 쌓아왔고, 매년 4월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하며 중국 주요 정관계 인사들과 ‘관시(關係·관계)’를 맺어왔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D램 공급가 인하’를 자국 정부를 통해 압박하는 상황도 이 부회장이 나섰다면,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주요 투자 국가나 거래처들은 우리 기업과 거래나 계약 등을 할 때 그 회사를 대표하는 총수가 직접 나와주길 원한다”며 “총수의 역할은 상징성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찾고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나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데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