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몰카범, 우리 직원 아냐” 맞는 말이지만…

KBS 연구동서 불법 촬영 기기 발견...남자 개그맨 '자수'
KBS "몰카범, 우리 직원 아냐" 재차 강조
여성민우회 "KBS, 강력한 손절 의지...태도 망신스럽다"
  • 등록 2020-06-06 오전 12:30:00

    수정 2020-06-06 오전 12:30:0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엔 남자 개그맨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불법촬영용 카메라를 두고 온 사건이 일어났다.

여자화장실서 불법 카메라 발견...2018년 사건 수법과 ‘비슷’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달 29일 KBS 서울 본사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됐다. KBS 공채 출신 개그맨 A씨는 1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1차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연구동 건물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했다”라고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촬영용 카메라는 KBS 소속 PD가 발견했다. 해당 카메라는 휴대용 보조배터리 모양의 카메라로 이어폰이 부착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쇼핑몰에 ‘보조배터리 카메라’, ‘보조배터리 캠코더’라고 검색하면 수 십개의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품을 살펴보니 카메라 렌즈도 찾기 어려웠다. 해당 기기는 실제로 보조배터리 기능인 충전도 가능하다.

상품 상세페이지에는 “완벽한 보조배터리 디자인으로 전문가도 눈치채기 어려워 아무도 모르게 녹화가 가능하다. 캠코더를 꺼내기 어려운 장소에서 티 안 나게 자연스러운 녹화를 해봐라”고 적혀 있었다. 또 “거래계약 내용, 회의·미팅·강의, 중요한 순간, 일상순간 포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라고 홍보했다.

판매자의 뜻처럼 보조배터리 카메라는 ‘티 안 나게’ 쓰였다. ‘불법’으로 말이다.

2018년 보조배터리 카메라는 여자연예인 숙소에도 설치돼 방송계가 발칵 뒤집혔다. 카메라 장비 담당 외주 스태프였던 김모씨는 2018년 9월 ‘국경 없는 포차’ 촬영 때 여자연예인 숙소에 보조배터리 불법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했다. 카메라는 여자연예인이 발견했다. 김씨는 “호기심에 그랬다”며 혐의를 인정했고, 2019년 10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왜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를 뒀을까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A씨가 카메라를 설치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어떤 특정 여성이 목적, 목표물이었을 수도 있다”며 “혹은 일반적인 화장실 동영상이 아니고 연예인 동영상이 필요했을 수도 얼마든지 있다”고 추측했다. 이어 “사실 지금 사이버 공간상 채팅 비밀방에서는 연예인 동영상, 성적인 동영상이 굉장히 비싼 가격으로 사고 팔린다고 알려져 있다. 금전적 목적이라면 n번방 못지않게 진짜 엄벌을 해야하는 항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냄새나는 화장실을 몰래 보는 심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 교수는 “성적인 부분들이다. 화장실은 탈의를 하는 장소다. 또 유머로 생각하는 사람들한테는 이 내용이 꽤 재미있다. 이들은 왜곡된 인식이 이미 형성돼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지금 이런 이상하고 엽기적인 동영상들을 서로 거래하는 것들은 이번에 확실히 처벌해야 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KBS “몰카 용의자, 우리 직원 아냐”

KBS와 조선일보는 A씨가 KBS 직원인지 아닌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먼저 조선일보는 1일 ‘KBS 화장실 몰카, 범인은 KBS 직원이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KBS는 조선일보 보도 후 3시간 뒤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용의자는 직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조선일보 기사에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인용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맞섰다.

KBS 공채 개그맨은 첫 1년간 KBS와 전속 계약을 맺고 개그콘서트 등에 출연한다. 이후에는 프리랜서처럼 출연료를 받고 일한다. 사실상 KBS 정직원이라고 볼 수 없다.

KBS 연구동 건물 (사진=뉴스1)
KBS는 ‘사실’을 전달했지만 ‘책임 회피’ 비판을 받았다.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는 2일 입장문을 내고 “KBS의 직원이 아니라고 입장을 표명하면 KBS 화장실에 설치된 불법카메라가 없는 것이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KBS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더라도 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감을 갖고 역할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라며 “내부인인지 아닌지 알려줄 수 없다는 KBS의 태도가 망신스럽다. KBS는 가해자가 내부에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예방과 (가해자) 엄벌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제대로 해결하고 책임지는 국민의 방송사가 돼라”고 했다.

하지만 KBS는 3일 입장문에서도 A씨가 KBS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KBS는 “이 사건의 용의자가 KBS 직원은 아니더라도, 최근 보도에서 출연자 중 한 명이 언급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A씨 신분과 상관 없이 KBS에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누리꾼들은 “애초에 조선일보가 KBS 직원이라고 한 건 분명한 오보다. KBS 공채 출신 개그맨이 맞는 표현이지. 그걸 가지고 법적 책임 운운하며 난리치는 KBS도 웃기다”(ryu7****), “KBS에서 일했는데 직원인지, 프리랜서인지가 뭐가 중요하냐”(kisn****), “KBS 공채 개그맨이나 직원이나 뭐가 크게 다른 거냐?”(cbw8****), “지난달까지 개콘에 출연한 거 보면 직원이든 아니든 KBS와 따로 뗄수가 없는 거지”(icar****), “KBS 변명 참으로 궁색하다. 공채 개그맨이라면서 마치 KBS와 전혀 관련이 없는 외부 사람이 몰래 침입해서 설치했다고 우기는 모양새네”(wilc****)라고 꼬집었다.

KBS는 재발 방지책으로 “KBS는 사건 발생 직후 본사 본관과 신관, 별관, 연구동을 긴급 점검했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지역(총)국의 여성 전용 공간도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며 “CCTV 등 보안장비 보완과 출입절차 강화가 포함된 재발 방지책도 마련하고 있다. 관련 상담 및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불법 촬영기기가 발견된 장소와 인접한 사무실은 조만간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 한번 철저한 수사와 처벌의 중요함, 그리고 이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KBS는 이번 사건에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와 2차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거듭 약속드린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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