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의 ‘골드미스 다이어리’다.
. 2013년 12월 31일.
2013년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면 내 나이도 38세가 된다. 한 살 한 살 나이는 들고, 남는 건 뱃살과 주름살뿐이라 서럽다. 오늘 집 근처 헬스클럽에 들러 연간 회원 및 PT(퍼스널 트레이닝) 계약을 맺었다. 내일부턴 하루 2시간 운동, 소량 및 채식 위주의 하루 두 끼 식사, 음주와 군것질 절대 금지다. 반드시 7kg을 줄여 사놓고 입지 못했던 옷들을 마음껏 입어봐야지.
. 2014년 1월 1일.
어제 밤 늦게까지 즐긴 치맥 때문인지 얼굴이 퉁퉁 부었다. 체중도 500g이 늘었다. 아뿔싸. 아침은 사과 한 개와 우유 한잔으로 간단히 때우고, 점심과 저녁은 걸렀다.
. 2014년 1월 2일.
아침에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밥을 못 먹었다. 너무 배가 고팠다. 강당에서 시무식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 보니 간단한 다과가 준비돼 있다. 치즈케이크와 샌드위치를 조금 먹었다. 비스킷은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점심도 조금만 먹었다. 배는 좀 고프지만, 다이어트 계획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다. 퇴근 후 헬스장으로 갔다. 젊은 ‘근육맨’이 내 담당 트레이너다.
30분의 유산소 운동을 마치자 복근 운동부터 시작해서 각종 근력 운동을 시킨다. 너무 힘들다고 해도 쉬운 과정이라며 막무가내다. 집에 오니 기운도 없고, 온몸이 쑤신다.
. 2014년 1월 5일.
눈 뜨자마자 몸무게를 재니 1kg이 빠졌다. 요즘 힘들게 운동한 게 도움이 됐나 보다. 오늘은 대학 동기들과 신년 모임이 있는 날이다. 모임에 나가지 않을까 고민도 해봤지만,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날 겸 모임 장소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씨푸드 뷔페다. 술은 입에도 안대고, 살이 안 찐다는 해산물 위주로 간단히 두 접시만 먹었다. 마음껏 먹어치우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다이어트가 끝나면 그들이 나를 부러워할 것이다. 참고 또 참았다.
. 2014년 1월 8일.
오늘도 체중계에 올라섰다. 이럴 수가 1kg이 늘었다. 어제 회식에서 2차를 가자던 동료들을 뿌리치고 귀가했건만 헛수고였나 보다. 다이어트 하느라 배고프고 몸은 고되고 정말 마음 상한다. 아침, 점심 두 끼를 사과만 먹었다. 와인 동호회 모임이 있어 저녁엔 강남 압구정동 와인스쿨로 향했다. 끼니를 걸렀으니 치즈 몇 조각은 괜찮겠다 싶어 치즈를 안주 삼아 와인 두 잔을 마셨다. 배고픔은 가셨는데 빈 속에 술을 마셨더니 속이 안 좋다.
떡볶이, 치킨, 라면을 걸신들린 듯이 먹었다. 다행히 꿈이다. 배가 고파 밤새 뒤척인 탓에 피곤하다. 기대를 안고 체중계에 올라섰다. 그동안 빠진 몸무게가 500g뿐이다. 더는 못 참겠다. 이거 빼자고 열흘 넘게 그 고생을 한 게 아니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빵과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을 종일 먹었다. 포만감과 함께 자괴감이 몰려온다. 이번 다이어트는 틀렸다. 1월은 포기하고 2월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