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1명당 공무원 260명‥예견된 부실국감

'눈가리고 아웅' 국감 반복…감사결과 예결위와 연계·상시국감제 도입
  • 등록 2014-10-20 오전 6:00:01

    수정 2014-10-20 오전 6:00:01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한 의원실의 보좌관 A씨. 국정감사가 한창인 요즈음 그는 3일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점심 때 잠깐씩 눈을 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감사는 ‘언강생심’이다.

A씨는 “내가 맡고 있는 피감기관만 8개다. 기획재정부, 통계청, 한국은행 등이다”면서 “각 기관이 1년동안 한 것을 몇 달 안에 다 파악해 잘못된 점을 찾아내야 하는 건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A씨의 의원실에 속한 보좌진은 총 8명. 이들 모두 A씨 정도의 업무를 떠안고 있다.

국감이 부실해지는 것은 행정력은 비대해지는데 비해국회 감시력은 떨어지는 비대칭적 구조가 한몫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일당백’의 싸움인 셈이다.

‘역대 최다’ 타이틀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부실국감 만큼 반복되는 수식어가 ‘역대 최대 국감’이라는 타이틀이다. 실제 지난 2001년 402곳이었던 피감기관은 2010년 516곳으로 늘었고 2012년 559곳, 2013년 628개, 올해는 672개가 됐다.

이처럼 피감기관의 숫자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해마다 늘어나는 중앙정부 산하기관 및 공공기관이 있다. 공공기관 개수는 2012년 288개였으나 2013년 295개, 2014년 304개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2010년까지만 해도 재단법인이었으나 2011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2014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피감기관이 됐다.

업무량과 상관없이 승진과 업무상의 권위 등을 이유로 공무원의 숫자는 늘어나기 마련이라는 ‘파킨슨의 법칙’이 우리나라 행정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보좌관 1명당 260명 공무원 상대하는 꼴

피감기관은 늘어나면서 국회의 행정부 감시 역할은 더 중요해졌지만 국회의 감사기능은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A씨는 “기획재정부에 속해있는 공무원만 976명인데, 기재위 소속 의원은 25명. 보좌관들을 모두 합쳐도 100명”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기재부뿐만 아니라 국세청, 한국은행, 한국투자공사(KIC) 등 28개 기관의 1년동안의 업무를 단기간에 모두 봐야 한다. 사실상 게임이 안되는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회의원에게 보장된 보좌진 8명이 모두 국감 준비에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국회의 준비인원은 2400명에 불과하다. 반면, 중앙정부에 소속된 공무원은 2014년 9월 기준 61만9425명으로 보좌진 1명이 258.09명을 상대하고 있는 셈이다.

의원실 소속 보좌진 8명을 모두 국감에 투입시키는 의원은 적고, 피감기관은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산하기관, 공공기관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실제 보좌진 1명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훨씬 더 무거운 셈이다.

‘눈가리고 아웅’ 국감…악순환 반복

떨어지는 감사 능력은 ‘눈가리고 아웅’ 국감을 만든다. 법률소비자연맹 총본부가 지난 18대 국회부터 6년간의 국감의 시정처리요구사항 현황에 대해 분석을 한 결과,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5개 상임위원회에서 869건의 시정처리 요구사항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지적사항의 반복은 중복질의로 시간을 허비하게 할 뿐만 아니라 피감기관의 ‘이번만 참으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낳는다.

실제로 이번 국감에서도 피감기관들은 부실한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늦게 제출했다. 또 ‘검토해보겠습니다’ 등의 회피성 답변으로 질문을 넘어가기도 했다.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감감사 대책회의에서 정부가 28건의 자료제출 거부, 11건의 부실늑장 제출, 6건의 허위자료 제출을 했다고 밝혔다.

홍금애 국정감사NGO모니터링 집행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감을 통해 밝혀진 시정조치 상황을 국회에 보고하게 하고, 시정되지 않으면 예산을 깎아야 대정부통제가 제대로 될 것”이라며 “상시국감제를 도입해 1월에는 대법원, 2월에는 대검찰청 등 피감기관을 나눠 단계적으로 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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