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내가 맡고 있는 피감기관만 8개다. 기획재정부, 통계청, 한국은행 등이다”면서 “각 기관이 1년동안 한 것을 몇 달 안에 다 파악해 잘못된 점을 찾아내야 하는 건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A씨의 의원실에 속한 보좌진은 총 8명. 이들 모두 A씨 정도의 업무를 떠안고 있다.
국감이 부실해지는 것은 행정력은 비대해지는데 비해국회 감시력은 떨어지는 비대칭적 구조가 한몫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일당백’의 싸움인 셈이다.
‘역대 최다’ 타이틀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부실국감 만큼 반복되는 수식어가 ‘역대 최대 국감’이라는 타이틀이다. 실제 지난 2001년 402곳이었던 피감기관은 2010년 516곳으로 늘었고 2012년 559곳, 2013년 628개, 올해는 672개가 됐다.
업무량과 상관없이 승진과 업무상의 권위 등을 이유로 공무원의 숫자는 늘어나기 마련이라는 ‘파킨슨의 법칙’이 우리나라 행정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보좌관 1명당 260명 공무원 상대하는 꼴
A씨는 “기획재정부에 속해있는 공무원만 976명인데, 기재위 소속 의원은 25명. 보좌관들을 모두 합쳐도 100명”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기재부뿐만 아니라 국세청, 한국은행, 한국투자공사(KIC) 등 28개 기관의 1년동안의 업무를 단기간에 모두 봐야 한다. 사실상 게임이 안되는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회의원에게 보장된 보좌진 8명이 모두 국감 준비에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국회의 준비인원은 2400명에 불과하다. 반면, 중앙정부에 소속된 공무원은 2014년 9월 기준 61만9425명으로 보좌진 1명이 258.09명을 상대하고 있는 셈이다.
의원실 소속 보좌진 8명을 모두 국감에 투입시키는 의원은 적고, 피감기관은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산하기관, 공공기관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실제 보좌진 1명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훨씬 더 무거운 셈이다.
‘눈가리고 아웅’ 국감…악순환 반복
떨어지는 감사 능력은 ‘눈가리고 아웅’ 국감을 만든다. 법률소비자연맹 총본부가 지난 18대 국회부터 6년간의 국감의 시정처리요구사항 현황에 대해 분석을 한 결과,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5개 상임위원회에서 869건의 시정처리 요구사항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지적사항의 반복은 중복질의로 시간을 허비하게 할 뿐만 아니라 피감기관의 ‘이번만 참으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낳는다.
실제로 이번 국감에서도 피감기관들은 부실한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늦게 제출했다. 또 ‘검토해보겠습니다’ 등의 회피성 답변으로 질문을 넘어가기도 했다.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감감사 대책회의에서 정부가 28건의 자료제출 거부, 11건의 부실늑장 제출, 6건의 허위자료 제출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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