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비정규직이라도 일하고 싶다"..50대 경비원 편지

'59세 경비원들 실직 날벼락' 보도 막전막후
한전아트센터 업체 '10월 계약만료' 철회
뒷짐졌던 정부, 청소·경비 65세 정년 검토
"60세도 청춘"..상생하는 일자리 정책 필요
  • 등록 2017-10-23 오전 5:01:59

    수정 2017-10-23 오전 5:01:59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5월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새 정부는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할 것”이라며 “임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근로계약 기간을) 연장해서 계속 근무하는 걸로 전달을 받았습니다.…노력과 도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 은혜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지난 19일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받았다.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비정규직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김모(59) 씨가 보낸 문자였다. 실직 위기에 처했던 김 씨는 부당한 처우에 침묵하지 않았다. 용기를 내 이데일리에 제보했고 보도 이후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추석 끝나고 나가라..“너무 억울해 잠 못자”

지난달 28일 김 씨의 제보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시대’ 발표로 더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추석 끝나고 나가라니 너무 억울해 밤잠을 못 자고 있다. 시간이 없다. 10월이면 저는 경비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한전과 계약한 용역업체는 ‘10월31일에 정년 60세로 근로계약이 만료된다’고 경비원들에게 통보했다. 추석을 앞두고 사직서까지도 미리 받았다. 이들 경비원들에게 올해 추석연휴는 ‘황금연휴’가 아니라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5월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했다. 이후 일자리위원회,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은 7월20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9월22일 추가지침을 정했다. 이에 정부는 청소·경비 등 고령자 친화직종의 정년을 65세로 정하도록 공공기관에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김 씨의 기대감은 커졌다.

하지만 현장은 딴판이었다. 한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로드맵’이라는 정부의 명확한 방침이 없는 한 10월에 퇴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한전, 관계부처로부터 정확한 지침·공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업체 마음대로 근로계약 기간을 연장할 순 없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추가지침만 믿고 근로계약 기간을 덜컥 연장하는 게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정부가 애초 8월에 공개하기로 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은 당시까지도 발표되지 않았다. 이 결과 을(乙) 중의 을인 비정규직 경비원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은 것이다. 김 씨는 전자우편을 통해 “60세도 청춘이다. 비정규직이라도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애끓는 사연은 추석 직후 보도로 알려졌다(이데일리 10월10일자 <"추석 끝나니 나가라"..59세 경비원들 날벼락>). 포털에 수백 개의 기사 댓글이 달리는 등 여론은 들끓었다. “얼치기 선심성이 생사람을 잡는다”, “복지부동(伏地不動)”, “저것이 바로 적폐” 등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복지부동 문제..31만 비정규직 난제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10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한전, 용역업체에 이들 경비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용역업체는 지난 주에 이들 경비원들에게 ‘2개월 근로계약을 연장한 뒤 연내에 발표 예정인 정규직 로드맵에 따라 정년을 연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65세 정년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대선공약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기간제 및 파견·용역)은 총 31만1888명에 달한다. 전국 최초로 전환하는 10개 정부청사 비정규직(현원 2435명)의 정규직 전환 논의는 내달 마무리된다. 하지만 정년·임금 등 쟁점은 산적하다.

김모 경비원은 “정부가 정규직 전환이라는 큰 기대를 주고선 복지부동, 눈치보기로 대처하다 보니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상처를 입기도 한다”며 “대통령이 이번 일에 반성하고 심사숙고해 힘 없는 노동자들과 같이 살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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