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완화 바람에 흔들리는 금융감독 독립성

  • 등록 2018-08-14 오전 5:00:00

    수정 2018-08-14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오후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가 열린 서울시청에 나타났을 때 기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원래 잡혀있던 일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사흘 전인 4일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해 금융감독기관장 회의에 참석했다가 이날 새벽 급히 귀국했다. 빡빡한 현지 일정 때문에 애초 서울 행사에 불참키로 했으나 일정을 조정해 막판에 참석을 결정했다고 한다.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행사 전반을 챙겼다. 성장률, 일자리 등 경제 지표가 고꾸라지자 규제 완화를 통한 정책 전환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간 금융회사 노동 이사제 도입,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심의 등 각종 현안에 제각각 목소리 낸 금융 정책(금융위원회)과 감독(금융감독원) 당국 수장이 규제 개혁에 한뜻으로 의기투합하는 ‘보여주기’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윤 원장이 청와대와 여당이 정책적·정무적 필요에 따라 마련한 행사 판에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자리를 채워준 것이 결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불과 넉 달 전 원장에 취임하며 “금감원이 수많은 과제에 포획돼 금융 감독의 지향점을 상실함으로써 국가 위험 관리자 역할을 일관되게 수행하지 못했고 감독 사각지대 또한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정부가 경기 부양이라는 목적을 위해 가계부채 규제를 확 풀 때 감독원이 제 목소리 내지 못한 것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윤 원장의 평소 소신이 금융감독기관의 독립성 강화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이른바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문 대통령 공약이자 현 정부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료조차 거센 규제 완화 바람과 성장 논리에 밀려 이는 “물 건너간 얘기”라며 조소하는 실정이다. 윤 원장이 정부의 규제 완화 속도전에도 언제 터질지 모를 금융사고에 대비하는 최후의 ‘위험 관리자’로서 외풍(外風)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단단히 잡길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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