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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화려하고 종류도 많지만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강하다. 2020년 뮤지컬 라인업의 첫 인상이다. 대형 제작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표작 재공연에 집중하는 가운데 중·소형 제작사에서 라이선스·창작을 아우르는 신작을 다수 선보여 눈길을 끈다. 공연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작품 수는 더 늘어났지만 시장에서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 올해 주목할 뮤지컬 대작들을 전문가 의견과 함께 살펴봤다.
◇대형 제작사, 2020년 키워드는 ‘재공연’
신시컴퍼니, 오디컴퍼니, EMK뮤지컬컴퍼니, CJ ENM 등 뮤지컬계 대형 제작사들의 2020년 키워드는 ‘재공연’이다. 신시컴퍼니는 뮤지컬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렌트’와 ‘고스트’를 무대에 올린다. ‘렌트’는 이번이 9년 만의 재공연이다. 최정원, 남경주, 김선영, 정선아, 조승우 등 뮤지컬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이번에도 1300여 명의 배우들이 오디션에 지원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하는 ‘고스트’는 6년 만에 무대에 돌아와 마술과 영상 등 최첨단 무대기술을 선보인다.
오디컴퍼니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큘라’를 4년 만에 올린다. 김준수를 비롯해 전동석, 조정은, 임혜영, 린지 등 뮤지컬 대표 배우들을 캐스팅해 일찌감치 매진을 시키며 화제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대표작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의 10주년 기념공연을 준비 중이다. 다른 회사보다 후발주자인 EMK뮤지컬컴퍼니가 뮤지컬 대표 제작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 작품들이다. CJ ENM은 ‘브로드웨이 42번가’ ‘킹키부츠’ 재공연과 함께 창작뮤지컬 ‘베르테르’ 20주년 기념공연, ‘서편제’ 10주년 기념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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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수상작부터 EDM 뮤지컬까지
올해 뮤지컬 라인업의 특징은 중·소형 제작사들의 약진이다. 최근 카카오M이 인수를 결정해 화제가 됐던 공연제작사 쇼노트는 내년 총 3편의 신작 라이선스 뮤지컬을 선보인다. 1890년 미국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재해석한 록 뮤지컬 ‘리지’, 드래그 퀸을 꿈꾸는 고등학생의 실화를 다룬 웨스트엔드 화제작 ‘제이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관객 참여형으로 꾸민 ‘더 그레이트 코멧’ 등이다.
알앤디웍스, 달컴퍼니 등 대학로를 중심으로 창작 및 라이선스 뮤지컬을 선보여온 제작사들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알앤디웍스가 준비 중인 ‘아메리칸 사이코’는 뮤지컬에서는 흔치 않은 EDM 장르 음악을 내세워 궁금증이 모아진다. 달컴퍼니는 2015년 토니상에서 작품상·음악상·극본상·연출상·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펀 홈’을 신작으로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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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공연도 러시…전문가들은 ‘기대 반 걱정 반’
내한공연도 풍성하다. 에스앤코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캣츠’의 내한공연을 선보인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는 뮤지컬 대표작 중 하나인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랑스 버전 내한공연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퍼포먼스 그룹 ‘블루맨 그룹 월드투어’, 한국에 소개된 적 없는 ‘태양의 서커스 큐리오스’ 등도 마스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내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내한공연을 3년 만에 다시 올린다. 뮤지컬은 아니지만 영국 국립극장 대표작으로 국내에서도 NT 라이브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됐던 연극 ‘워호스’의 내한공연도 쇼노트가 선보일 예정으로 공연 마니아들의 관심이 쏠린다.
뮤지컬 평론가로 활동 중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대형 제작사들이 2년 연속 재공연에 집중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원 교수는 “올해도 대형 제작사들이 신작 대신 재공연에 집중하는 것은 신작 개발을 할 여건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뮤지컬 작품 수와 관객 수가 늘어나도 돈을 버는 제작사는 많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국장도 “올해 유독 작품 수가 많다 보니 한정돼 있는 국내 뮤지컬시장이 이를 다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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