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중국인을 만나 무심코 이런 말을 던졌더랬다. 풍기는 분위기나 옷을 입은 모습, 머리 모양, 외모 등을 봤을 때 마치 한국인처럼 느껴졌을 때이기도 하고, 낯선 이국 땅에서 조금이라도 동질감을 가지려고 했던 말인 것 같다. 사실 문화나 인종의 관점에서 두 나라 사람 모두 아시아인만큼 어느 정도 비슷한 것은 당연한데도 말이다. 나름의 친근감을 표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중국 잡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이 기사는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을 보면 `너 한국사람처럼 생겼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말에는 한국인들이 우월주의에 흠뻑 젖어 뱉는 말이라는 요지였다.
중국 주간지 ‘VISTA 칸톈샤(看天下)’는 한국인들이 중국인에 무심코 내던지는 한국인처럼 생겼다라는 말에는 한국인들의 주체 사상과 국가 차원의 자부심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중국인을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한국인에 대해 “체면을 중시하고 사람을 사귀는 것을 좋아하며 친구들과 사나흘에 한 번 모이는 것을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며 “예절을 중시하다 보니 출근하거나 비즈니스 활동을 할 때 꼭 차려입고 편의점에 물을 사러 갈 때도 어느 정도 갖춰 입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무관하게 중국인들이 이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데 적잖이 놀랐다. 실제 중국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 주변 중국인 몇 명에게 이를 물었더니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대 중반의 여성 궈신메이(郭心美)씨는 “한국인을 닮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약간 이상했다”며 “단 한 번도 생각해보거나, 다른 중국인에게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외모도 전혀 닮지 않았고, 한국어를 할 줄도 모르는데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의아했다”라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남성 한슈(韓述)씨는 “중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라며 “중국인끼리 사투리나 말투 등을 듣고 어디 지역 같다는 말은 종종 할 수 있지만,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중국인을 닮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다거나 중국에 대해 잘 안다는 표현”이라면서 “그렇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한국인 같다고 하는 것은 단지 외모만 보고 그러는 것 아니냐. 한국인 외모를 닮았다는 말이 칭찬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렇지만 이런 말을 평소에 전혀 하지 않는 중국인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은 두 나라의 문화의 차이에서 온 오해가 큰 것이다. 사실 두 나라가 수교를 맺은 지는 이제 22년밖에 안 됐다. 가까운 나라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다. 두 나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깝고도 친밀한 이웃이 되기 위해 최근 급속도로 다가가고 있다.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라 중국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려는 마음과 태도가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