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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악화로 무상보육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입씨름이 한창이다. 재정 악화는 정부가 보육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하자 부모들이 집에서 키우던 아이들까지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보내면서 투입 예산이 덩달아 늘어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자발적(?)으로 무상보육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강남, 목동 등 사교육 중심지에서는 고액 ‘영어유치원’(영어학원 유아반) 바람이 뜨겁다. 영어 유치원은 보육시설이 아닌 학원으로 분류돼 보육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외국어 조기교육은 아동의 사회성 확보, 학습능력 배양 등 성장단계에서 필수적인 능력을 갖추는데 있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게 유아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A영어학원에서 운영하는 유아반은 내년 원생 모집을 마감한지 오래다. 이 학원 유아반 비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아이를 맡길 경우 월 179만원이다. 재료비 등을 포함하면 200만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빈 자리가 날 때를 대비해 대기 순번을 정할 정도로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도곡동에 위치한 또 다른 B영어학원 유아반은 정원 12명에 대기인원이 24명이다. 정부 공식 유아교육 커리큘럼인 누리과정을 영어로 가르쳐 인기가 높다. 한달 학원비가 2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 학원 유아반 원생들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사립유치원연합회 관계자는 “강남 지역은 아파트 단지마다 영어 유치원이 몇 곳씩 들어서 오히려 경쟁률이 높지 않다”며 “세종시와 같이 신규 개발되는 지역의 영어 유치원 입학 경쟁이 오히려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어 조기 학습에 대한 전문가들의 판단은 부정적이다. 유아기 외국어 교육이 외국어 능력 습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성장기 정서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신은수 덕성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영어를 교육하는 최적화된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라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라며 “잘못된 조기 영어교육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우월한 사람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과 영어권 국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