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느는 자영업자]자영자 대출 늘린 은행 '부실폭탄' 떠안을 판

5581만원 버는 자영업자, 평균부채는 8995만원…2년만에1000만원 늘어
70%는 5년도 안돼 폐업
  • 등록 2014-12-23 오전 6:00:00

    수정 2014-12-23 오전 8:17:52

[이데일리 김동욱 정다슬 기자] 2년 전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커피숍을 차린 김모(55) 씨는 3개월 전 결국 장사를 접었다. 주변에 대학을 끼고 있어 수입이 꽤 될 거라고 봤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커피숍을 낸 지 1년도 안 돼 바로 옆 건물에 커피숍이 새로 생기더니 길 건너편에도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들어섰다. 손님은 계속 줄어들었다. 점포를 내기 위해 퇴직금은 물론 집을 담보로 8000만원 가량 은행 대출을 받았던 김씨는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해지자 카드론 대출에도 손을 댔고 결국 빚더미만 잔뜩 떠안게 됐다. 김씨는 “3년 뒤 원리금을 모두 갚기로 하고 대출을 받았는데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며 “앞으로 수년간은 대출만기를 연장하는 수밖엔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부실대출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은 점점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이들이 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은 급증하면서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을 늘린 은행으로선 추후 부실 폭탄을 떠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영업자, 우리 경제 뇌관

올해 1~10월까지 신한 국민 농협 우리 하나 외환 등 시중은행 6곳의 자영업자 대출은 12조 원에 육박한다.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도 오르는 추세다. 신한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33%에서 올 3분기(7∼9월)엔 0.5%로 0.17%포인트 늘었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0.44%에서 0.75%로 0.31%포인트 늘어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연체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올 9월말 기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연체율은 0.59%로 지난해 말 대비 0.04%포인트 하락했지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되레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최근 자영업자들이 은행 빚에 의존하면서 최대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주변 경쟁 상권도 함께 무너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에게 돈을 댄 은행들도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 요즘 이쪽 리스크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한 시중은행 대출담당자는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지난해보다 이자를 연체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었다”며 “특히 이런 분들은 현금서비스 외 다른 대출을 추가로 받은 경우도 많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 내몰린 자영업자, 부채 더 늘어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것은 최근 은퇴와 맞물린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창업시장으로 대거 몰린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사업소득에 의존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여서 앞으로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부채상환능력은 계속 악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슈퍼마켓, 식당 등 생활밀접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40~50대 중장년층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KDI가 최근 발표한 ‘가계부채의 연령별 구성변화’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40~50대의 중장년층 가구주에 집중돼 있다. 특히 50대는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의 약 35%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창업시장에 뛰어들어갔다가 자칫 사업에 실패하게 되면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은행 역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사업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10명 중 8명은 사업소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생계형 자영업자인 데다 10명 중 7명은 5년도 안 돼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개인부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8995만 원. 2년 만에 무려 1000만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반면 가구소득은 자영업자 가구(5581만원)가 임금근로자(5992만원)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김지섭 KDI 연구위원은 “은퇴 후 퇴직금과 남은 자산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중장년층으로선 경기나 금리 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이 잘되면 모를까 반대의 경우엔 은행으로선 부실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는 것은 사업이 잘돼 사업자금을 조달하려는 게 아니라 생활이 힘들어 생계 자금을 보전하기 위한 측면이 더 크다”며 “구조적으로 이들의 부채 상환 능력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영업자 대출, 아직은 연체 가능성 적어”

물론 자영업자 대출이 늘긴 했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자영업자 대출은 시중은행들이 오랜 기간 사업자와 관계를 맺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부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자영업자 중에선 고소득자 비율도 높은 만큼 다 위험하다고 볼 순 없다”며 “특히 1금융권 대출은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높아 연체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쯤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이들은 이자상환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자영업자 대출이 은행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당국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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