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첨단기술 강국'의 미래, 여성에 달렸다

  • 등록 2015-05-29 오전 3:01:01

    수정 2015-05-29 오전 3:01:01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미국의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는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 머리말에서 “우리가 직면한 ‘하이터치·하이콘셉트’ 시대에는 분석을 통해 만들어가는 지식만으로는 인류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논리와 이성에 능한 좌뇌보다는 감성·창조·통합적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온다”고 봤다. 사회의 잠재력을 키우려면 남성에 비해 우뇌 능력이 앞서는 여성 인재들이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바야흐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높고 경력 단절이 낮을수록 국가경제가 성장한다는 ‘위미노믹스’(Womenomics·여성의 경제활동) 시대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남성 위주 영역으로 여겨지던 산업기술 분야도 여성 인력 활용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여성들 가운데 이공계를 남성의 영역으로 여기고 기술 분야의 유리천장에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와 관련해 2001년부터 매년 독일 전역에서 진행되는 ‘걸스데이’(Girls’ Day)는 주목할 만한 행사다. 걸스데이는 매년 4월 넷째 주 목요일에 여학생들을 기업, 대학, 연구소 등 산업기술 현장으로 초대해 다양한 기술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에서는 이런 행사를 통해 여학생들에게 기술 분야 직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이들이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인력으로 자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독일 걸스데이는 세계 각국이 벤치마킹해 현재 16개국이 유사한 취지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형 걸스데이 프로그램 ‘케이-걸스데이’(K-Girls’ day)가 열렸다. 1회 행사 때 1800여명에 이르는 중·고생과 대학생들이 95개 기업·대학·연구소를 방문했으며 지난 22일 치러진 2회 행사에서도 110개 기업 2000여명의 여학생들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학생들은 2회 행사 때 기술 현장의 주인공이 돼 공작 견학부터 실험, 실습 등 다양한 기술체험에 흠뻑 빠졌다. 대전에 있는 광학 설계 및 제조기업 실리콘웍스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구를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해볼 수 있도록 했고 자동차부품연구원은 요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3차원(3D)프린팅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제주 지역에 있는 화장품 제조업체 유씨엘은 학생들이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해 큰 호응을 얻었다.

기술체험 후에는 이공계에 진출한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한창 진로탐색과 진로설계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소중한 기회였다. 실제로 지난해 케이-걸스데이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자신이 기술체험을 했던 기업이 추후 인턴이나 신입직원을 채용하면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학생이 전체의 76.1%에 달했다. 또한 87.1%가 ‘주변에 케이-걸스데이를 추천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산업 현장에서 성별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창의와 융합이 강조되는 창조경제 시대에 우리 경제 경쟁력은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국가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술 현장에 여풍(女風)이 더욱 세게 불길 바란다. 케이-걸스데이는 가까운 미래 ‘기술강국’ 한국을 이끌게 될 여학생을 응원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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