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프트 레이싱은 차를 의도적으로 미끄러뜨리며 코너링에서의 예술·기술점수를 채점하는 경주다. 일반 레이싱이 스피드 스케이팅이라면 드리프트 레이싱은 피겨 스케이팅이다.
프로 드라이버 옆자리에서 서킷 레이싱을 직접 체험하는 택시 타임에 참가했다. 우연히 ‘국가대표 드리프터’ 김상진 선수의 머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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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르륵.’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몸이 전후좌우로 휘청였다. 상식 밖이었다. 앞으로만 가는 줄 알았던 차가 옆으로 또 뒤로 쓸리듯 움직였다. 지면과 타이어 마찰력을 깡그리 무시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제트기나 우주선의 중력이 이런 느낌 아닐까.
180도에 달하는 커브를 오롯이 미끄러지며 통과했다. 바깥쪽 외벽에 닿으려나 싶더니 다시 안쪽 외벽에 닿을 듯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졌다. 타이어 고무 타는 냄새가 매캐했다. 연기가 시야를 뒤덮었다. 좌우 외벽에 닿을 듯 말듯 지그재그로 ‘S’자 형태의 타이어 자국을 그렸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 출발 전까지는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네 바퀴쯤 지났을까. 후회가 시작됐다. 속이 너무 메스꺼웠다. 그만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당최 멈추지를 않았다. 토가 나올 뻔했다. 참고 또 참았다. 여덟 바퀴를 마지막으로 내렸을 땐 한 시간 넘게 정신을 못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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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선수의 이력은 화려하다. 독학으로 드리프트를 섭렵한 그는 2006년부터 한국타이어(161390)가 후원하는 한국 DDGT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1년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듬해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의 인기 드리프트 경주 ‘D1 그랑프리’에 참가했다. 예선 35명 중 종합 26위로 본선 진출엔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선수로서는 중도 포기(리타이어) 없이 완주한 것만으로도 경이적이었다는 게 레이싱 전문가의 평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실력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 그저 뛸 무대가 없었다. 한국은 레이싱 불모지다. 2013년 드리프트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유일한 경주 DDGT는 중단됐다. 간혹 방송이나 행사 때 드리프트 시연을 했다. 제대로 된 무대는 아니었다.
그나마 올해 KSF 2차전에 드리프트가 서포트 레이스로 열렸다. 정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김 선수는 “정말 오랜만에 (서킷에) 나왔다”고 했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객관적 비교는 어려웠다. 단순 체감만으론 김상진 선수의 드리프트도 충분히 화려하고 정교했다. ‘돈만 있다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웃으며 답했다. “그야 물론 좋은 스폰서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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