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의 피겨스케이팅' 실전 드리프트 체험기

'국가대표 드리프터' 김상진 선수 머신 타보니
영화 속 우주선 방불케하는 강력한 중력 체험
"설 무대 없어요" 비인기 스포츠 아쉬움 토로도
  • 등록 2015-05-30 오전 1:00:00

    수정 2015-05-30 오전 11:53:03

[송도=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 24일 인천 송도 도심 서킷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KSF 2차전). 이곳을 찾은 10만 관객에게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레이싱 모델도, 최상위 경주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비공식 시범경기에 불과한 드리프트 레이싱에 열광했다.

드리프트 레이싱은 차를 의도적으로 미끄러뜨리며 코너링에서의 예술·기술점수를 채점하는 경주다. 일반 레이싱이 스피드 스케이팅이라면 드리프트 레이싱은 피겨 스케이팅이다.

프로 드라이버 옆자리에서 서킷 레이싱을 직접 체험하는 택시 타임에 참가했다. 우연히 ‘국가대표 드리프터’ 김상진 선수의 머신을 탔다.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 2015 드리프트 레이싱 모습. 현대차 제공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 2015 드리프트 레이싱 모습. 현대차 제공
토 나올 뻔한 ‘우주선급’ 중력 체험

‘쿠르르륵.’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몸이 전후좌우로 휘청였다. 상식 밖이었다. 앞으로만 가는 줄 알았던 차가 옆으로 또 뒤로 쓸리듯 움직였다. 지면과 타이어 마찰력을 깡그리 무시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제트기나 우주선의 중력이 이런 느낌 아닐까.

180도에 달하는 커브를 오롯이 미끄러지며 통과했다. 바깥쪽 외벽에 닿으려나 싶더니 다시 안쪽 외벽에 닿을 듯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졌다. 타이어 고무 타는 냄새가 매캐했다. 연기가 시야를 뒤덮었다. 좌우 외벽에 닿을 듯 말듯 지그재그로 ‘S’자 형태의 타이어 자국을 그렸다.

앞·뒤차와의 거리는 불과 1m 남짓.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한 묘기를 부렸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 출발 전까지는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네 바퀴쯤 지났을까. 후회가 시작됐다. 속이 너무 메스꺼웠다. 그만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당최 멈추지를 않았다. 토가 나올 뻔했다. 참고 또 참았다. 여덟 바퀴를 마지막으로 내렸을 땐 한 시간 넘게 정신을 못 차렸다.

보조석에서 바라 본 김상진 선수의 드리프트 시범 모습. 앞차와 부딪힐 듯 말듯 아슬아슬한 곡예 주행을 선보였다. 김형욱 기자
“드리프트 神 켄 블락? 스폰서만 있다면..”

김상진 선수의 이력은 화려하다. 독학으로 드리프트를 섭렵한 그는 2006년부터 한국타이어(161390)가 후원하는 한국 DDGT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1년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듬해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의 인기 드리프트 경주 ‘D1 그랑프리’에 참가했다. 예선 35명 중 종합 26위로 본선 진출엔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선수로서는 중도 포기(리타이어) 없이 완주한 것만으로도 경이적이었다는 게 레이싱 전문가의 평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실력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 그저 뛸 무대가 없었다. 한국은 레이싱 불모지다. 2013년 드리프트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유일한 경주 DDGT는 중단됐다. 간혹 방송이나 행사 때 드리프트 시연을 했다. 제대로 된 무대는 아니었다.

그나마 올해 KSF 2차전에 드리프트가 서포트 레이스로 열렸다. 정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김 선수는 “정말 오랜만에 (서킷에) 나왔다”고 했다.

여덟 바퀴를 다 돈 후 ‘드리프트의 신’으로 불리는 켄 블락에 대해 물었다. 켄 블락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드리프트 영상으로 국내에서도 적잖은 마니아층이 있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객관적 비교는 어려웠다. 단순 체감만으론 김상진 선수의 드리프트도 충분히 화려하고 정교했다. ‘돈만 있다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웃으며 답했다. “그야 물론 좋은 스폰서만 있다면..”

시범을 마친 ‘국가대표 드리프터’ 김상진 선수. 김형욱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