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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만약 쿠바가 쿠바 국민과 쿠바계 미국인,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맺은) 협정을 끝내버리겠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8일(현지시간)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이후 쿠바와 관련해 내놓은 첫 발언이다. 트위터에 아무렇지도 않게 올린 글이지만, 쿠바와의 관계단절 가능성까지 내비친 강경한 내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에도 종종 오바마 행정부의 쿠바 유화정책을 비판했지만, 후보와 당선인의 발언은 무게감이 다르다.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라인스 프리버스는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쿠바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쿠바 내에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프리버스는 종교의 자유, 정치범 석방, 억압 중단을 거론하면서 “양국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변화들이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신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프리버스의 발언에 쐐기를 박았다.
트럼프만큼 강경하진 않지만 공화당의 입장도 트럼프와 비슷하다. 지난 2014년 12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 관계복원을 선언한 후 여행, 통상 등 기존 제재를 완화하고 폐지했지만, 정작 쿠바가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불만이다.
미국이 쿠바에 너무 많이 양보한 것 아니냐는 정서를 트럼프가 교묘하게 자극하는 이유는 별도의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트위터 같은 비공식적인 채널을 이용하는 이유도 빠져나갈 구석을 남겨두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슈를 쉽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건 그냥 개인적인 의견이었다’고 발뺌하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