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다는 '전세임대'..시세 비싼 서울선 '그림의 떡'

생색내기용 '반쪽 정책' 전락
SH공사가 집주인과 전세계약 후 시세보다 싸게 입주자에게 재임대
서울 평균 전셋값 3.5억 넘는데 지원대상은 2.2억 수준에 그쳐
기준에 맞는 집 못 찾아 포기 허다…집주인 반대로 계약 물거품도 많아
"지원금액, 임대인 인센티브 확대를"
  • 등록 2018-01-12 오전 6:00:00

    수정 2018-01-12 오전 6:00:00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세대주택 밀집 전경.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사는 이재준(가명·40)씨는 요즘 이사를 할 생각에 들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서울시가 전월세 보증금 일부를 지원하는 전세임대주택에 입주를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돼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월세를 벗어나 전셋집으로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전세금을 지원하는 주택 가격 조건이 너무 낮아 새로 입주할 집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는 결국 전세임대주택 당첨 자격을 포기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전세임대주택 제도가 생색내기용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가 다르게 치솟는 전월세 가격을 반영치 못한 대출 및 주택 가격 조건 때문에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고도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겨우 전셋값 대출 기준에 맞는 주택을 구했다고 해도 집주인들의 반대로 실제 계약으로까지 연결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원 대상 주택 가격과 소득 기준 등을 현실에 맞게 대폭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제도 유명무실… 4년 연속 공급 목표 못 채워

전세임대주택은 입주 대상자가 주택을 찾아 전세 임대를 신청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이 주택 소유자와 계약을 맺은 후 그 주택을 입주 대상자에게 재임대하는 ‘전대차’ 방식의 공공임대주택을 말한다.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주거 취약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저소득 신혼부부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전·월세 상승세가 가파른 서울에서는 SH공사가 2008년부터 전세임대주택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 전세임대주택 공급 목표는 2000가구(저소득층 1500가구·신혼부부 500가구)다.

이 사업은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임차인이 거주를 원하는 주택(전용 85㎡이하 전세금 2억 2500만원·신혼부부 3억원 이하)을 찾아 신청하면 SH공사는 전세 가능 여부를 검토한 후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맺는다. 이후 입주 대상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계약 시 입주 희망자에게 가구당 전·월세 보증금 최대 9000만원(신혼부부 1억2000만원)을 지원하고, 해당 보증금의 95%에 대해 1~2%의 저금리 이자를 받는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아파트·다가구 ·연립주택 등)을 공급하다 보니 찾는 수요자는 많다. 하지만 모집 인원을 못 채우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원 대상 자격을 갖췄다고 해도 입주자 공고일 이후 계약일까지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집주인의 반대로 계약이 물거품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실제 지난해 SH공사가 2500가구의 전세임대주택 모집 공고를 내자 총 1만 7658명의 신청자가 몰려 경쟁률이 7.1대 1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혜택이 돌아간 가구는 전체의 61%에 불과한 1531가구에 그쳤다. 2016년에도 상·하반기 2번에 걸쳐 4000가구 전세임대주택 모집에 나서 총 3만 1671명이 신청했지만, 결국 2534가구(전체 63%)를 채우는데 그쳤다. 앞서 2014년(2500가구 모집에 2414가구), 2015년(3000가구 모집에 2710가구)을 포함하면 4년 연속 전세임대주택 공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월평균소득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탈락하거나, 지원 대상에 맞는 주택을 찾지 못해서 당첨자들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주택 차입보증금 등을 공개해야 하고 세입자와 지방공사 간에 이뤄지는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임대인이 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세 반영 못 한 전셋값 기준… “혜택 대폭 늘려야”

이처럼 전세임대주택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전세금 지원 주택에 대한 가격 기준이나 입주 지원 대상자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서울 아파트·단독주택·연립주택 등을 모두 합한 주택 평균 전셋값은 3억 5096만원이다. 전세 중위값(전셋값 순서대로 주택을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전세가격)도 3억 3083만원이다. 그러나 전세임대주택 지원 대상 주택 가격은 2억 2500만원으로 서울 평균은커녕 수도권 전세 중위가격(2억 4666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즉, 서울에 거주하는 서민들이 전세임대주택 대상자에 선정됐다고 해도 지원 대상 기준에 맞는 주택을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전세금 지원 대상 소득 기준이나 자산 자격이 까다로운 점도 제도 수혜자가 많지 않은 이유다. 전세임대주택을 이용하려면 일반 도시근로자의 경우 4인 가족 기준 소득이 281만원(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50%) 이하여야 한다. 총 자산가액이 1억 7800만원을 넘거나 소유 자동차가 2545만원을 초과해도 대상자에서 탈락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월세 지원금을 매년 조금씩 올리고 있지만 짜인 예산에서 지원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원 금액을 대폭 상향하거나 임대인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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