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면세점]"막힌 하늘길에 수익성 악화..이대로 가다간 고사할 판"

<르포>코로나 직격탄 맞은 면세점 가보니
해외 여행 막히면서 시내면세점엔 2년째 中 따이궁만
따이궁 1인당 매출액 100만원→3000만원 껑충
국내 면세점 외국인 의존률 95% ‘사상 최대’
면세업계 매출액 유지에도 이익은 절반에 못미쳐
  • 등록 2021-12-02 오전 5:50:00

    수정 2021-12-02 오전 5:50:00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쌀쌀한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모인 중국인 보따리상(代工·따이궁)이 줄을 서 있다. 삼삼오오 모인 따이궁들은 오전 9시 30분 면세점이 문을 열자마자 뛰어서 입장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명품을 재빠르게 구매하기 위해서 이른바 ‘오픈 런’을 하는 것이다.

▲1일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샤넬 매장 앞에서 따이궁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정훈 기자)
규모 면에서는 단체관광 깃발을 들고 구름떼처럼 몰려 이동하던 과거와 확연한 차이가 났다. 과거에는 수천에서 수 만명의 따이궁이 방문했다면 지금은 10명 내외의 인원들이 소수 정예로 움직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에서 일하는 A명품 브랜드 매니저는 “위드 코로나라고 하는데 따이궁(보따리상) 말고는 내국인 손님은 거의 없다”며 푸념했다.

이날 1시간여 롯데면세점에서 구매를 마친 따이궁 중 일부는 걸어서 10분 거리의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으로 이동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오픈 시간이 11시로 롯데보다 1시간 30분 늦다. 이에 따이궁들은 먼저 문을 여는 롯데·신라 시내면세점을 방문한 후에 신세계 시내면세점을 방문한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구찌매장에서 따이궁들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윤정훈 기자)
신세계면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전 따이궁은 티파니, 구찌, 오메가 등 명품 매장이 있는 층에 집중적으로 몰렸다. 대기 시간이 있어 오래 걸리는 명품부터 구매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럭셔리 브랜드 오메가 매장에 방문한 한 따이궁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줄을 섰다. 오메가 매장의 매니저는 “특별히 한정판 제품 발매가 있는 것은 아니고 따이궁들은 늘 와서 재고를 확인하고 구매해간다”고 설명했다.

휠라 매장에서는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는 중국인 여성도 찾아볼 수 있었다. 신발을 이것저것 바꿔 들어가며 소개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모양새다. 그외 대부분 따이궁들은 위챗을 통해 다른 면세점에 가있는 동료들과 이야기했다. 한 뷰티 매장 직원은 “여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국내 고객은 거의 없다”며 “사실상 면세점은 중국인 고객이 먹여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면세점의 따이궁 의존도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체 면세 매출액 14조 6924억원 중 95%(약 14조원)가 외국인 매출이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전에 10% 수준이던 내국인 매출은 반토막났다. 국가간 이동 제한에 한국을 오는 따이궁 수는 큰 폭으로 줄었다. 대신 이들의 평균 구매액은 과거 100만원 수준에서 현재는 3000만원으로 30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내 뷰티 매장 앞에 박스가 쌓여있다. (사진=윤정훈 기자)
내국인 면세 매출액은 위드 코로나로 증가하고 있지만 외국인 구매액에 비할바가 못된다. 10월 기준 내국인 관광객의 면세구매액은 885억원으로 위드 코로나 전인 9월 대비 40% 증가했지만 평균 구매액은 14만원으로 외국인 구매액의 1%도 안된다. 일부 해외 출장을 가는 사람과 무착륙 관광비행 등을 이용하는 고객이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이궁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면세점 업계의 수익성은 신통치 않다. 롯데면세점은 3분기 약 2조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적자 상태다. 신라면세점도 85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00억원에 불과하다.

자료: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내년부터 해외 관광이 회복되길 기대했던 면세 업계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으로 인해 다시 상황이 악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외 관광이 막힌 공항 면세점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방문객이 없으니 매출 자체를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공항 기준 일 방문객은 1만명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의 20만명의 5%에 불과하다. 면세 업계는 내년 말에나 10만명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면세 업계는 아울러 과거와 같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저도 또다른 변종 바이러스 출현 등 특별한 변수가 없다고 가정한 것이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따이궁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면세점 시장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세계 1위인 한국 면세점 사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산업이 회복될 때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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