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숨고’ 운영사 브레이브모바일, 국내로 역플립 추진

미국 본사 한국으로, 국내와 동남아에 서비스 집중
스타트업 너도나도 플립 中 '나홀로 국내행' 눈길
"비즈니스 거점은 한국, 법인 옮기면 펀딩 유리해"
  • 등록 2022-08-31 오전 5:00:00

    수정 2022-08-31 오전 7:01:32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서비스 매칭 플랫폼 ‘숨고(숨은고수)’ 운영사 브레이브모바일이 해외에서 국내로 본사를 이전한다. 국내 여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기업을 꿈꾸며 플립(해외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 시선이 쏠린다.

사진=숨고 누리집 갈무리
한국서 영업…미국 본사 국내로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브레이브모바일은 본사의 위치를 미국에서 국내로 전환하는 역플립 작업에 한창이다. 이미 미국과 국내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받은 사안으로, 현재 법률 검토가 끝난 만큼 연내 역플립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숨고 초기 투자자인 미국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를 비롯해 국내외 투자자들은 브레이브모바일의 현 미국법인에 대한 보유 지분만큼 신설 한국법인 주식을 받게 된다.

숨고는 1000여개 종류의 서비스 전문가와 그들의 서비스가 필요한 소비자를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이다. 청소와 반려동물 훈련 등 일상부터 번역·통역 같은 비즈니스 업무, 각종 과외, 상담 등 전문 분야까지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들을 매칭한다. 소비자가 숨고에 필요한 서비스를 요청하면 해당 조건에 맞는 전문가들이 요청서를 받고 소비자에게 직접 견적서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해외에서 국내로 법인을 옮기는 것보다 해외로 나가는 사례가 훨씬 많다. 글로벌 벤처투자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크기에, 국내에서보다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투자받은 뤼이드, 비건치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아머드프레시(전 양유), 인공지능(AI) 기반 경기 영상 분석 스타트업 비프로컴퍼니 등이 모두 국내에서 해외로 플립을 추진 중이다.

브레이브모바일은 이미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라면 굳이 법인을 옮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역플립에 나서는 이유는 비즈니스 기반이 한국인 만큼 국내에 법인을 두면 사업 경쟁력 제고나 투자유치 등에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다.

브레이브모바일은 숨고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빠르게 사업 규모를 키우며 성장해왔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IMM인베스트먼트와 TBT(티비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KDB산업은행 등 국내 굵직한 투자자들로부터 32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설 자리 없는 미국보단 기회 많은 한국

미국에 섬택(Thumbtack) 등 숨고와 비슷한 사업모델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 중이라는 점도 역플립 배경으로 꼽힌다. 법인 전환을 통해 실적이 잘 나는 한국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로컬 비즈니스인 만큼 해외-국내 고객들을 연결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에 법인을 두는 것이 사업 효율성과 확장성 제고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숨고 누리집 갈무리
비즈니스 거점을 국내로 설정했으나 초기 미국에 법인을 세운 이유로는 창업자 자체가 미국 교포 출신이기 때문이다. 창업자 김로빈 대표는 미국에서 태어나 22년을 보냈고 2007년 한국에 들어와 LG전자 등을 거쳐 음식배달앱 ‘요기요’를 창업한 알피지코리아에 합류했다. 요기요를 통해 모바일 서비스의 성장성을 확인하면서 2014년 2명과 함께 숨고를 직접 창업했는데, 당시 국내보단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만큼 미국을 초기 터전으로 삼았다는 것.

사안에 정통한 IB업계 한 관계자는 “창업자가 외국인인 만큼 초기엔 해외에서 투자받거나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게 훨씬 쉬웠을 것”이라면서도 “고객과 서비스 기반이 한국이고 로컬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에 법인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오히려 미국에선 경쟁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굳혔기에 확장성 한계가 있고 세금 부담 등이 있어 한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라는 국내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었다”며 “해외진출은 자회사를 설립해 미국보단 동남아를 노린다는 전략으로, 현지 업체 인수합병(M&A) 계획도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법인이어야 기업공개(IPO)가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숨고 서비스가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만큼 현지 VC로부터 펀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주주 명단에 올랐으나 이들 역시 팔로우온 투자를 위해서는 추가 성장과 엑시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숨고가 법인을 국내로 옮겨 한국과 동남아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국내 VC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국내 한 스타트업 자문 전문 변호사는 “애초에 해외에 법인을 둔 이유는 글로벌 시장을 바라봤기 때문이었을 텐데, 미국에 선점업체가 있어 괜히 현지 본사만 유지했다간 서비스 확장은 물론 펀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국내 초기전문투자사 임원도 “국내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해외 상장을 노리긴 매우 어려운데 추가투자를 위해서는 주주들에게 엑시트 창구를 확보해줘야 한다”며 “보다 IPO가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는 국내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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