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블레스오블리주]'헌신은 명예' 딸깍발이 판사와 밤나무 검사

퇴직 1년 경과 122명 대법관 중 5명만 변호사 개업 안해
딸깍발이 판사 조무제 전 대법관 관행 깨고 교단에 서
역대 헌재 재판관 33명, 이강국 전 소장 등 2명만 개업 안해
송종의 전 법제처장 논산서 밤농사로 번 돈으로 후배 양성
  • 등록 2015-10-07 오전 5:00:00

    수정 2015-10-07 오전 5:00:00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검찰과 법원 고위직이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하면 몸값이 천정부지다. 평생 만져보지 못한 거액을 한두 해 만에 벌어들이는 일도 어렵지 않다. 계속되는 비난 여론에도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는 이들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퇴직 1년이 지난 역대 대법관 122명 중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전직 대법관은 5명(4%)뿐이다. 역대 검찰총장 39명 중 전관예우 혜택을 포기한 사람은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인 등으로 전업한 이들을 제외하면 전직 검찰총장 대다수가 대형 법무법인(로펌)에서 대표 변호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쥐기만 하면 잡을 수 있는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참된 법조인의 길을 걸어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이들도 있다.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하던 관행을 최초로 깬 사람이 조무제(74)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다.

법관 시절 청빈한 생활로 ‘딸깍발이 판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조 교수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모교인 동아대로 돌아갔다. 조 교수는 강단에 서는 동안에도 남몰래 월급을 떼어 1억 원이 넘는 장학금을 제자들에게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배기원(75) 영남대 로스쿨 석좌교수도 2005년 모교인 영남대로 돌아가 10년째 강단을 지키고 있다. 박시환(62) 인하대 로스쿨 석좌교수와 김영란(59) 서강대 로스쿨 석좌교수도 대법관 자리에서 물러난 뒤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쏟고 있다. 김영란 교수에 이어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었던 전수안(63) 전 대법관은 여성과 청소년 인권지원 활동을 펼치는 사단법인 ‘선’에서 고문을 맡아 공익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역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33명 중에서도 두 사람만이 변호사 개업을 포기했다. 2007년 헌법재판소장이었던 이강국(70) 전북대 로스쿨 석좌교수와 전효숙(64) 이화여대 법대 교수를 제외한 모든 재판관이 법복을 벗은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변호사 대신 ‘농부’의 길을 걷고 있는 이도 있다. 송종의(74·사법시험 1회) 전 법제처장이 그 주인공이다. 벌거숭이 민둥산이 안타깝다며 1969년 검사로 부임한 이래 30년 넘게 밤나무를 심어온 그는 현직에 근무할 때 ‘밤나무 검사’로 불렸다.

1998년 법제처장에서 물러난 송 전 처장은 밤나무를 심었던 충남 논산 양촌면으로 돌아가 영농조합을 만들었다. 송 전 처장은 밤을 수확하고 딸기 등 과실을 가공해 내다 팔았다. 지난해 공익 재단인 천고법치문화재단을 설립한 송 전 처장은 법치주의 확립에 이바지한 인재를 발굴해 올해부터 상을 수여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대법관은 “한창 일할 나이에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이 변호사로 개업하는 걸 무작정 비난하기 어렵다”라며 “미국처럼 종신제를 도입하거나 임기를 늘린다면 대법관 등 고위직에 올랐던 법조인이 전관예우 변호사로 일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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