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 팔고 작은 집으로.. 베이비부머 ‘다운사이징’ 열풍에 소형주택값 쑥

50대 후반 들자 뚜렷한 현상
대형주택 팔아 대출금 상환 후
작은 집 옮긴 뒤 노후생활비 확보
소형주택 인기 이유 있었네
60㎡이하 주택 시세 7.3%↑
대형주택 상승폭의 2배 넘어
  • 등록 2016-07-11 오전 5:00:00

    수정 2016-07-11 오전 10:52:59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강원도 원주시에 사는 오모(61)씨는 얼마 전까지 보유하고 있던 연면적 297㎡짜리 빌라를 팔고 전용 84㎡짜리 아파트를 사서 이사했다. 1억원 정도 남아 있던 대출을 갚고 남은 돈은 노후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오씨는 “딸 아이 둘도 새 가정을 꾸리면서 큰 규모의 집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며 “매달 꼬박꼬박 갚아야 할 빚도 없어지고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여유자금도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노년층이 큰 규모의 주택을 처분해 기존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으로 소형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주택시장 주력층인 베이비붐 세대(1955년~63년생)가 60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0대 후반 이상 연령층을 중심으로 대형보다는 중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주거 다운사이징(Downsizing)’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급속한 노령화와 그에 따른 자산 포트폴리오 재설정 등으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대형과 소형 주택시장의 명암도 크게 엇갈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형주택 이동 후 노후자금 마련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는 금융부채를 57세까지 확대하다가 1차 은퇴 직후인 58세 이후 축소하는 경향이 크다는 내용을 담은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자녀가 출가하는 65~70세 전후로 대형 주택을 처분해 금융부채를 갚고 소형 주택으로 갈아타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개인신용평가회사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50대 이상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7조 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20조 2000억원)보다 12조 5000억원 줄었다. 50대 이상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준 것은 201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50대 이하의 연령층의 부채는 모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50대 후반 연령층으로 진입하는 시기와 맞물려 이런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연령별 지니계수(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비교해보면 50대 후반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며 “퇴직 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지만 자산이 집 한 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집을 줄이고 차액을 노후 생활비에 보태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평대 선호도 상승에 맥 못추는 대형주택

기존 중대형 주택 보유세대가 소형 주택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면서 소형 주택 몸값도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 매매 시세는 1년 전보다 7.36% 올랐다. 하지만 전용 135㎡ 초과 대형 아파트는 가격 상승률이 3.22%로 소형 주택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 전용 59㎡형은 지난 5월 6억원(9층)에 팔렸지만, 같은 기간 전용 114㎡은 9억 4700만원(6층)에 거래됐다. 3.3㎡당 시세(공급면적 기준)로 비교해보면 전용 59㎡은 2356만원, 전용 114㎡은 2214만원으로 소형이 3.3㎡당 142만원 비싸다. 인근 로얄컨설팅공인 이경희 실장은 “20평대(59~72㎡) 아파트는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모두 많이 찾는다”며 “중대형 규모 자체의 인기가 시들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서도 소형 주택이 인기다. 부동산114가 올해 상반기 서울·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용 60㎡ 이하가 7.97대 1로 가장 경쟁률이 높았고 전용 60~85㎡는 5.97대 1, 85㎡ 초과 아파트는 2.90대 1로 가장 낮았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리서치실장은 “1~2인 가구 증가에다 50대 후반 이상 세대의 주택 다운사이징 붐으로 최근 몇년 새 소형 주택의 몸값이 많이 뛰었다”며 “소형 주택은 그만큼 가격 부담도 있는 상태인 만큼 매입에 앞서 향후 지역별 수급 전망과 입지 여건, 가격 경쟁력 등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