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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주유소 등 석유업계는 “최대한 신속하게 인하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유통구조상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려면 길게는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등 석유 관련 단체 4곳은 30일 입장 자료를 내고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에 따른 효과를 소비자가 최대한 빨리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주유소 등을 포함한 국내 석유유통시장은 유류세 인하 전 공급받은 재고 물량으로 즉시 현장에서 판매가격을 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휘발유·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 유통경로는 정유사-대리점-주유소, 또는 정유사-주유소 단계로 이뤄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석유제품이 생산돼 주유소 등에서 판매되기까지 2주가량 걸린다. 결국 내달 6일 유류세 인하가 시행되더라도 값이 내려간 해당 석유제품이 주유소에서 판매되기까지는 최장 보름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음달 6일에서 며칠 더 지난 중순께에나 실제 유류세 할인이 반영된 기름을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선 대략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국내 휘발유값은 ℓ당 8원 가량 오르는 걸로 분석한다. 현재 약 80달러 수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앞으로 15달러만 더 오르면(15*8=120)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다만 전체 주유소의 10%가량인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직영 주유소는 시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6일부터 곧바로 주유소 공급 제품에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책 시행 초기엔 정유사가 손해를 감수하고, 대신 유류세 인하가 종료되는 내년 5월6일 이후엔 일찌감치 출고된 제품을 유류세가 부과된 가격으로 팔아 손실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나머지 90% 주유소들이다. 일반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다. 이들 주유소는 많게는 열흘치 재고를 쌓아놓기 때문에 재고 물량을 소진하기 전에는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4일 일찌감치 유류세 인하 방침을 밝혀놓았던 만큼, 상당수 주유소들이 어느정도 재고를 조정해 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 24일 서민·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음 달 6일부터 내년 5월까지 6개월 동안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을 15% 인하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유류세 15% 인하에 따라 휘발유는 ℓ당 최대 123원, 경유는 ℓ당 87원, LPG·부탄은 ℓ당 30원씩 각각 판매가격이 인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