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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택지에 이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확대할 뜻을 내비치자 주택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국토부가 산하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고분양가 통제에 이어 그동안 적용을 보류했던 가장 강력한 규제 카드를 본격 시행할 경우 서울 등 분양시장에서는 되레 ‘규제의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즉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공급 축소→ 로또 분양 확대 및 새 아파트 희소성 극대화→ 집값 상승’이라는 공식이 나타나면서 주택시장을 더욱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 재현… 분양시장 전면 통제 가능성
민간 부문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주택법을 개정해 분양가상한제를 민간 부문에도 전면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제도 시행 이전에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물량’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와 주택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미분양이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2009년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 가구로 늘었다. 이는 올 4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6만2000가구)에 비해 3배 가까운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분양 보증을 맡는 HUG가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강화해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이 늘자, 정부가 추가 대책을 시사한 것이다. 주택법상 후분양 민간 단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없지만, 세부 규정을 적용을 바꾸면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의 민간택지 적용 확대는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따로 국회입법은 거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규제는 주택을 지어 파는 과정에서 생긴 이익을 수분양자와 사업자 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며 “건축비와 땅값으로 이뤄진 분양가를 낮추면 땅값이 조정될 것이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높은 곳 위주로 공급이 이뤄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언발에 오줌누기식… “공급 가뭄에 집값 더 오를 것”
업계 전문가들은 민간 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 적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 로또 청약 단지가 더욱 늘고 공급 부족에 따른 새 아파트 희소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분양가가 현재보다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문제는 건설사들이 분양 원가에 시공 및 금융 리스크를 반영할 수 없어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학렬 더리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최근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분양가 보다는 입지가 좋은 곳에 매물과 공급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데 계속 단기처방에만 급급한 인상이다”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에 불과하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할 경우 현 상황에서 밀어내기 분양이 늘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미분양이 대거 확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심 교수는 또 “상한제 확대는 과거 200만호 공급처럼 공급이 많을 경우 효과적이지만, 현재와 같이 주택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시장가격 마저 억누르면 주택시장에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