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탓’을 하려면, 해당 수급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가 중요합니다. 8월 들어 반도체발(發) 코스피 지수 하락이 일어난 건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하락이 앞당겨지거나 진폭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도 공세에 있다는 식으로 하면, 인과관계는 성립하게 됩니다. 그게 그거일 수 있는 문제를 따지고 드는 건, 수급이란 데이터를 보다 잘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래도 수많은 종목을 포괄하는 코스피 지수 자체보단 특정 종목에 대해 수급 주체들이 하는 생각을 파악하는 게 나아 보이고, 일부 특정 종목의 경우 추정이 비교적 수월할 겁니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005930)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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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은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금융자산 비중은 늘었고, 이중 특히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주식 자산 비율 상승이 두드러졌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동학개미운동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통계청 제도부문별 대차대조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국 가계(자영업 등 소규모개인사업자 및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비영리단체를 포함)의 자산 중 금융자산은 36.4%, 비금융자산은 63.6%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엔 각각 35.6%, 64.4%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자산 비중이 약 1%포인트 늘어난 것입니다. 다만 지난 2017년 금융자산이 36.9%로 집계된 것보단 낮습니다.
미국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이나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는 주식을 아직 한참은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의 금융자산은 71.9%입니다. 작년 미국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36.2%입니다. JP모건체이스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올해 4월 미국인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41%까지 증가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195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도 부동산만큼이나 주식 등 금융투자를 선호하는 문화로 바뀔진 알 순 없지만,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코스피 성격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KB증권은 과거 코스피가 1000, 2000이란 마디 지수를 넘기는 대격변을 일으킬 때마다 수급의 주체는 의외로 외국인이 아닌 개인이었다는 점을 짚습니다. 거대한 흐름과 패턴이 재현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개인 수급은 각별히 살필 필요가 있는듯합니다.
다만 서두에 언급했듯 수급은 결과로 봐야 하고 적어도 수급이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하려면 투자 주체의 생각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 주식 중 부동산과 겨뤄볼 수 있는 종목은 그나마 삼성전자일 겁니다. “매달 월급 나올 때마다 조금씩 삼성전자에 넣었는데 몇 년 지나니 꽤 벌었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코스피는 이번 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2.14% 하락했고 개인은 6조588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5.4% 하락했고 개인은 6조1607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최근 조정이 반도체 중심이었고 조정이 이 정도로 끝난 것은 개인 덕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삼성전자를 주식계의 부동산쯤으로 생각하는 개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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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른 한쪽엔 디램, 낸드 등 메모리를 잘 만드는 반도체 플레이어란 점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자산배분 관점의 외국인이 이러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들에게 혁신은 삼성전자가 아닌 애플과 구글이 담당하는 것이고 삼성전자는 가격 사이클을 따르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당장 1년을 보고 베팅하는 한다. 개인이나 외국인이나 둘 다 나름의 합리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 개인 목소리 커지면 디스카운트↓”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의 개인 투자자 지분 비중이 높아질수록 변동성은 줄어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삼성전자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13.08%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10%가 채 안 됩니다.
코스피보다 얼마나 민감한가를 나타내는 삼성전자의 베타계수(월별 수익률 기준)는 올 초부터 지난 27일 0.78입니다. 통상 베타계수가 1보다 작으면 코스피가 오르고 내리는 정도보다 덜 오르고 내리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반대로 1보다 크면 더 많이 오르고 내린다고 봅니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삼성전자의 개인 지분과 베타계수의 상관관계는 -0.65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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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주가를 결정하는 게 이익과 그 이익에 대한 할인인 자기 자본 비용(CoE)이라면, 주가가 높기 위해선 이익은 크고 CoE는 낮아야 한다”며 “주주 알기를 우습게 아는 회사는 CoE가 높아, 주가에 디스카운트를 많이 받는 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의 개인 지분은 현재 국민연금보다도 많은 13%다”라며 “어려운 일이겠지만, 개인들이 모두 목소리를 내 주주환원정책 등이 강화돼 디스카운트 정도가 낮아질 수 있고, 중요한 건 이러한 내용을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들이 아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