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동학개미 지분 13%↑"…'주식계의 부동산', 삼성전자

韓 가계금융자산 중 주식작년 19.4%로 전년比 4.1%p↑
美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韓의 2배
8월 조정 때 개인 코스피 6.5조원·삼성전자 6.1조원 순매수
2017년부터 연간 개인 지분 및 베타계수 상관관계 -0.65
  • 등록 2021-08-30 오전 5:55:00

    수정 2021-08-30 오전 5:55:00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주식시장에서 수급은 결과지 원인이 아닙니다. 세 주체 중 한쪽이 사거나 팔려면, 그 거래에 나머지 두 주체가 응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격 결정은 매수, 매도 주체의 적극성에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사야 해 혹은 팔아야 해 라는 심리가 가격의 등락폭을 결정하지, 외국인이 팔았다고 꼭 주가가 빠지는 게 아니란 겁니다. 개인이 비싸게라도 꼭 사야겠다는 더 적극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면 외국인이 팔아도 주가는 오릅니다. 그래서 개인이나 외국인, 기관 때문에 코스피 지수가 오르고 내렸다는 말이 꼭 정확하진 않습니다.

누구의 ‘탓’을 하려면, 해당 수급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가 중요합니다. 8월 들어 반도체발(發) 코스피 지수 하락이 일어난 건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하락이 앞당겨지거나 진폭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도 공세에 있다는 식으로 하면, 인과관계는 성립하게 됩니다. 그게 그거일 수 있는 문제를 따지고 드는 건, 수급이란 데이터를 보다 잘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래도 수많은 종목을 포괄하는 코스피 지수 자체보단 특정 종목에 대해 수급 주체들이 하는 생각을 파악하는 게 나아 보이고, 일부 특정 종목의 경우 추정이 비교적 수월할 겁니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005930)가 그렇습니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한국인은 부동산·미국인은 주식

작년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은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금융자산 비중은 늘었고, 이중 특히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주식 자산 비율 상승이 두드러졌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동학개미운동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통계청 제도부문별 대차대조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국 가계(자영업 등 소규모개인사업자 및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비영리단체를 포함)의 자산 중 금융자산은 36.4%, 비금융자산은 63.6%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엔 각각 35.6%, 64.4%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자산 비중이 약 1%포인트 늘어난 것입니다. 다만 지난 2017년 금융자산이 36.9%로 집계된 것보단 낮습니다.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금융자산부채잔액표를 보면 작년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4%입니다. 2019년 15.3%였던 데 비하면 4%포인트가 늘어난 것입니다. 다만 현금·예금이 43.4%, 보험·연금이 30.8%입니다. 주식과 채권, 펀드를 더해 금융투자상품군으로 묶어도 25.2%로 현금·예금이 압도적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부터 투자자예탁금 추이는 20조원대 안팎을 오랜 기간 유지했습니다. 그러던 게 2020년 초 이후 급증하기 시작, 지난달 말 기준 67조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이나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는 주식을 아직 한참은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의 금융자산은 71.9%입니다. 작년 미국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36.2%입니다. JP모건체이스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올해 4월 미국인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41%까지 증가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195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에선 로빈후드, 한국에선 동학개미 등 개인투자자 열풍이 불었지만, 기본 출발선이 다른 것입니다. 미국인은 한국인들이 부동산을 하는 것만큼 주식을 하고 있습니다. 번 돈을 어디에 저장할 것인가, 즉 투자문화 차원에서 두 나라의 국민들은 매우 다릅니다.
삼성전자, 한국인엔 해내는 기업·외국인엔 메모리 기업

한국도 부동산만큼이나 주식 등 금융투자를 선호하는 문화로 바뀔진 알 순 없지만,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코스피 성격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KB증권은 과거 코스피가 1000, 2000이란 마디 지수를 넘기는 대격변을 일으킬 때마다 수급의 주체는 의외로 외국인이 아닌 개인이었다는 점을 짚습니다. 거대한 흐름과 패턴이 재현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개인 수급은 각별히 살필 필요가 있는듯합니다.

다만 서두에 언급했듯 수급은 결과로 봐야 하고 적어도 수급이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하려면 투자 주체의 생각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 주식 중 부동산과 겨뤄볼 수 있는 종목은 그나마 삼성전자일 겁니다. “매달 월급 나올 때마다 조금씩 삼성전자에 넣었는데 몇 년 지나니 꽤 벌었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코스피는 이번 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2.14% 하락했고 개인은 6조588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5.4% 하락했고 개인은 6조1607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최근 조정이 반도체 중심이었고 조정이 이 정도로 끝난 것은 개인 덕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삼성전자를 주식계의 부동산쯤으로 생각하는 개인 말입니다.
(출처=한국거래소)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엔 두 가지 속성이 있는데, 우선 우수한 경영능력이 있으며 장기간에 걸친 혁신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므로 다음에도 뭔가를 해낼 것이란 믿음이 있고, 거기에 한국 사람들은 베팅을 한다”며 “삼성전자는 부동산과 비슷하게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싸면 사야 하며 유일하게 팔아야 할 때는 삼성전자보다 더 좋은 주식이 나왔거나 혹은 너무 비싼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른 한쪽엔 디램, 낸드 등 메모리를 잘 만드는 반도체 플레이어란 점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자산배분 관점의 외국인이 이러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들에게 혁신은 삼성전자가 아닌 애플과 구글이 담당하는 것이고 삼성전자는 가격 사이클을 따르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당장 1년을 보고 베팅하는 한다. 개인이나 외국인이나 둘 다 나름의 합리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 개인 목소리 커지면 디스카운트↓”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의 개인 투자자 지분 비중이 높아질수록 변동성은 줄어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삼성전자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13.08%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10%가 채 안 됩니다.

코스피보다 얼마나 민감한가를 나타내는 삼성전자의 베타계수(월별 수익률 기준)는 올 초부터 지난 27일 0.78입니다. 통상 베타계수가 1보다 작으면 코스피가 오르고 내리는 정도보다 덜 오르고 내리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반대로 1보다 크면 더 많이 오르고 내린다고 봅니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삼성전자의 개인 지분과 베타계수의 상관관계는 -0.65로 집계됐습니다.
(출처=한국거래소)
기간이 짧고 베타계수가 변동성을 모두 대변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이 5년간은 개인 지분이 늘면 오히려 변동성은 줄어드는 역상관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동학개미를 포함한 개인투자자들은 쉽게 주식을 사고팔아, 변동성을 키우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삼성전자의 경우엔 다른 것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주식계의 부동산, 삼성전자만큼은 길게 보고 적립식 투자를 한다는 개인의 생각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 지분 증가가 기업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개인들이 국민연금보다 지분이 큰 주요주주로 부상한 만큼 이들이 뭉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거란 얘깁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주가를 결정하는 게 이익과 그 이익에 대한 할인인 자기 자본 비용(CoE)이라면, 주가가 높기 위해선 이익은 크고 CoE는 낮아야 한다”며 “주주 알기를 우습게 아는 회사는 CoE가 높아, 주가에 디스카운트를 많이 받는 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의 개인 지분은 현재 국민연금보다도 많은 13%다”라며 “어려운 일이겠지만, 개인들이 모두 목소리를 내 주주환원정책 등이 강화돼 디스카운트 정도가 낮아질 수 있고, 중요한 건 이러한 내용을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들이 아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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