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은 동부 우크라이나 분리 운동을 배후 조종중인 러시아에 대한 견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EU의 주축인 서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이 때문에 대(對) 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 사건으로 300명 가까운 서유럽인이 목숨을 잃었고 그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면서도 그렇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융커가 보다 강화된 에너지 정책을 내세웠다고 보기는 힘들다. EU는 지구 온난화 규제 및 국제 협약을 선도적으로 수립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1990년 수준보다 4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EU 회원국간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합의도 거의 이끌어낸 상태다. 기후 변화를 대비해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고 이를 선도하자는 의도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 시절 이런 선진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키우겠다고 천명했다. 2009년 초반에 신성장동력 육성을 내세우며 발광다이오드(LED)조명, 신재생에너지, 탄소 저감 기술에 대한 붐을 일으켰다. 예컨대 LED조명 기업은 중소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였다.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많이 생겼다.
현 정부에 미래 성장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감내하는 파괴적 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미래를 보는 일관성이라도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