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영 기업, 성과 좋다".. 獨사례로 입증

주인있는 리더십, 발빠른 의사결정 장점
독일정부 가업승계 지원.. 밀레·폭스바겐·BMW 대표적
국내 경영승계제도 낙후.. 기업가정신·책임경영 가로막아
  • 등록 2015-08-05 오전 4:30:00

    수정 2015-08-05 오전 4:30:00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가족경영 체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른바 ‘땅콩 회항’을 비롯한 일련의 재벌기업 오너가의 일탈은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 약화와 경영권 오남용, 사익추구 행위 등 대주주 가족경영의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는 1960~80년대 고도성장기 대기업 창업주와 2세 경영인의 성공적인 성과에도 불구, 지금의 3~4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사회전반적으로 가족경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족경영은 보편적인 기업 지배구조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주인있는 기업’이 강한 리더십과 기업가정신의 효과적 발휘, 책임경영 등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밀레 116년간 가족경영.. 다툼 없어

독일 등 서구유럽은 가족경영을 가업승계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차원의 가업승계 지원혜택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업체인 밀레는 가족 경영체제로 유명하다. 1899년 설립된 밀레는 공동 창업자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이 번갈아 가며 4대째 가족 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두 가문이 회사의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기술 부문을 담당하는 밀레 가문이 지분 51%, 경영 부문을 담당하는 진칸 가문이 49%를 소유하고 있다. 두 가문은 공동경영을 해 온 116년간 경영권 다툼이 한번도 없었다.

지난 6월말 밀레코리아 창립 10주년 기념해 방한한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은 “두 가문의 후손이라고 자동적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지는 못한다”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경영은 ‘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능력’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 엑소르, 포드, BMW 등은 가족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자동차 기업과 같이 자본집약적인 산업의 경우 대규모 투자 등 발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가족경영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족경영은 최고경영자(CEO)가 단기 실적에 쫓기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경영할 수 있다”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여건에 대처할 수 있는 발빠른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가족경영 제도 경직... 창업자 후계승계 더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회사의 위기에도 불구, 천문학적인 금액의 보너스를 챙기려는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 직원들 사례는 기업가정신이 존재하지 않은 주인없는 조직의 대표적인 모럴해저드로 꼽힌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경영에 대해 아직은 비판적인 시각이 강하다. 재벌중심의 성장정책 후유증과 일부 오너가의 일탈, 편법 승계 등이 부각되면서 일반 국민들 사이에는 ‘반재벌 정서’가 여전히 남아있다.

롯데그룹은 부자간·형제간·친족 간 벌어지는 이전투구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과정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가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 얽히고설킨 400여개의 순환출자로 계열사를 거느리며 황제경영을 해왔다는 점도 부각됐다.

소수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문제는 롯데 뿐만 아니라 3세 경영승계를 앞둔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해당된다.하지만 경영승계가 잘못될 경우 회사의 명운은 물론 종업원과 협력회사, 고객 등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한국은 공정거래법이나 경영권 승계, 경영권 방어 등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는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까지 창업자의 후계 승계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03년에 일어난 소버린펀드의 SK그룹 지배권 공격은 최종현 전 회장의 급작스런 죽음에 따라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지분)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최근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그룹 공격도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런 와병으로 서둘러 경영권 상속이 진행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韓상속세 높아 승계 어려움.. 가족경영-전문경영 조화 이뤄야

한국의 상속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스웨덴·뉴질랜드·싱가폴·중국등은 상속세가 아예 없고, 이태리·대만·브라질 등은 10% 이내의 저세율을 적용한다.

신 교수는 “가뜩이나 총수 지분이 적어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거대 기업그룹을 지배한다’는 비난을 듣는 형편에 지분의 최대 65%를 상속세로 납부할 경우 총수 일가의 기업그룹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총수 일가는 탈법은 아니지만 편법 승계방법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가정신을 살리기 위해선 소유자가 경영일선을 지키면서 전문경영인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조화로운 경영체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전문경영의 장점은 보다 넓은 풀에서 경쟁하는 인재를 쓸 수 있으므로 전문경영자의 능력이 소유경영자의 능력보다 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가족기업 구성원의 경우 일찍부터 맞춤형 경영수업을 시작해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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