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타이어 회사의 지난해 수익성이 이들의 고객사인 완성차 회사의 수익성을 웃돌았다. 이전까지는 납품사의 수익성은 고객사에 못 미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완성차 회사가 중국·러시아 등 신흥국 통화 약세와 경기침체로 부진했던 반면 부품사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을 늘리고 고객사를 국외로 다변화하며 고공성장 했다.
5일 지난달 말부터 발표한 각사 작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S&T모티브(064960)와 넥센타이어(002350) 등 국내 중견 타이어·부품사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과 함께 두자릿수의 높은 영업이익률(각각 10.2%, 12.2%)을 기록했다.
이들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가 같은 기간 영업익이 줄며 부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두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6.9%, 4.8%였다.
넥센타이어도 역시 매출·영업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탈리아 피아트 등 북미·유럽 자동차 회사에 신차용(OE) 타이어 공급을 빠르게 늘렸다. 주력 시장인 미국의 호황에 힘입어 초고성능(UHP) 타이어 매출도 전체의 40%를 넘어섰다.
다른 타이어·부품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만도(204320)도 지난해 역대 최대 수주 행진에 힘입어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도 역대 최대인 5.0%를 기록했다. 한국타이어는 유럽·중국 등 부진으로 3년 만에 영업익이 1조원 미만으로 떨어졌으나 영업이익률은 13.7%로 여전히 높게 유지했다.
타이어·부품사의 실적이 완성차를 넘어선 것은 환율 민감도 차이도 한몫했다. 유로화, 루블화(러시아), 헤알화(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가 약세인 민감도가 큰 완성차는 수익성이 줄었으나 부품사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운도 따랐다. 넥센타이어의 경우 중국 시장 비중이 낮은 게 약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이 침체하며 다른 회사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동안 북미와 유럽에 집중해 높은 이익을 냈다.
업계는 국내외에서 매출 다변화에 성공한 부품사들은 당분간 성장성이 꺾인 상태의 완성차보다 좋은 실적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073240)와 한국타이어는 올해부터 미국 공장을 가동한다. 만도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5조5830억원으로 잡았다.
한 자동차 부품사 관계자는 “부품사의 경우 수주 계약이 선행되기 때문에 당분간 매출액·영업익 증가세는 예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제조업 자체가 위기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며 “고객사 다변화와 함께 친환경·자율주행 부품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중장기 지속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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