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하람 "이준석 돌풍, 기성 정치권에 탄핵 선고한 것"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 당협위원장 인터뷰
"지역 기득권에 젖은 중진 향한 경고의 메시지도 있어"
"이준석 '변화·혁신' 상징…극우적 색채 덜어지고 있다"
"차기 대선서 2030 영향력 중요…게임체인저 될 것"
  • 등록 2021-06-18 오전 5:30:00

    수정 2021-06-18 오전 5:30:0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기성 정치 시스템에 대한 탄핵을 선고한 것이다. 지역 기득권에 젖어 선수만 올린 중진들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돌풍을 이같이 진단했다.

대구 출신의 엘리트 변호사인 천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현재 당협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지역에서 출마했지만, 4058표(득표율 3%)를 얻는데 그쳐 낙선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당선 이후에 그를 재평가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30대’·‘대구’라는 점에서도 천 위원장과 이 대표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천 위원장은 이 대표의 선전에 남다른 관심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이 이준석 대표의 돌풍에 “기성 정치 시스템에 탄핵 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사진=노진환 기자)
그는 16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소외된 2030 남성들에게 정치적 목소리를 줬다”며 “기존 중진들의 (정치문법과) 정반대”라고 분석했다. 여성의 권위 신장에만 몰두해 남성들의 문제에 접근하지 않았던 기존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젊은층으로부터 팬덤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천 위원장은 “다소 거칠더라도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고 동감하는 정치인을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체제의 탄생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총선참패다. 천 위원장은 “당내를 좌우할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없었다. 당의 빈 공간이 생겨서 이 대표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초선 의원들의 활약이다. 천 위원장은 김웅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당대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김 의원이 (이 대표 보다) 먼저 출마를 선언해 중진이 아니어도 당대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만약 순서가 바뀌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본선에서는 중진 4명의 신진 1명의 구도가 되면서 이 대표의 ‘변화·혁신’ 이미지가 더욱 강화됐다고 했다. 그는 “기존 지도부를 선택하면 안주, 과거로의 회귀였고, 이 대표는 변화, 혁신이었다”고 규정했다.

이 대표의 탄생을 계기로 보수당의 철학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심(黨心)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민심(民心)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다. 천 위원장은 “당원들이 조국사태를 지켜보면서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면 당만 손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당을 주장했음에도 그를 선택한 배경이다. 그는 “(당내에서) 극우적 색채가 덜어지고 있다”며 “(보수당에서) 과거에는 듣지 못했던 미래지향적인 얘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내년 대통령 선거로 이어졌다. 차기 대선에서 2030의 영향력이 클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무조건이다”고 단언했다. 천 위원장은 “대선도 온라인의 영향력이 큰 선거가 될 것”이라며 “2030은 온라인에서 이슈를 선점하고 확대재생산 하는 것에 탁월하다. 윗세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어 “2030의 2~3%만이라도 확실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내년 대선에서) 확실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내년 대선에서의 시대정신으로는 ‘공정한 성장’을 꼽았다. 천 위원장은 “2030은 성공의 다변화, 다각화 피라미드를 원하고 있다”며 과거의 단일화된 성공방정식을 더이상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대표가 말한 비빔밥처럼 각자의 개성을 보유한 채 공정한 경쟁과 노력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성공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정당의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뉴페이스 중독에 걸렸다”고 꼬집었다. 천 위원장은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이들은 4년 내내 방치한다. 육성할 생각이 없다”며 “기초의원부터 광역의원, 국회의원으로 이어지는 육성되는 선순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청년 정치인들에게 정치적인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천 위원장과 일문일답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돌풍 어떻게 평가하는가.


△복합적이다. 일단 첫 번째로는 기성 정치 시스템에 대한 탄핵선고다. 세금 받아 3, 4선 하면서 뭘 했느냐는 중진을 향한 경고다. 이 대표와 결합되는 지점은 지역구만 챙기는 정치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구를 넘어 특정 세대, 특정 이슈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의정활동을 해도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이 대표는 원외라서 세금을 받은 적이 없다. 방송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지역구도 챙겼다. 또 정치적으로 소외된 2030세대, 남성들에게 정치적 목소리를 줬다. 중진들과 정반대다. 말 그대로 팬덤도 있고 누군가를 명확하게 대변해줬다. 자리만 지키면서 지역구 기득권으로 4, 5선 하는 있으나 마나 한 정치인 필요없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다소 거칠더라도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당당하고 존재감 있는 정치인을 바란다고 봐야 한다.

-전당대회 본선에서 중진이 4명이었다. 구조적으로 이 대표에게 유리하지 않았나?

△구조적으로 유리했다. 김웅, 김은혜 의원이 본선에 올라와서 거기에서 단일화 이벤트가 있었다면 더 크게 흥행했다. 사실상 국민들이 예비경선에서 이 대표로 단일화를 성사 시킨 셈이다. 김웅, 김은혜 의원도 나쁘지 않지만 절충안 느낌이었다. 반면 이 대표는 싹 다 갈아엎자는 느낌을 줬다. 그래서 본선에서 18(중진 선수 합) 대 0(이 대표의 선수)의 구조가 된 순간 이 대표가 훨씬 더 선명해졌다. 이 대표를 선택하면 변화, 혁신이 됐고, 기존의 지도부를 선택하면 안주, 과거로의 회귀의 프레임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질 수 없었다.

만약에 이 대표가 처음에 손들고 ‘당대표 하겠다’ 했으면 사람들이 쟤 뭐야 이랬을거다. 김웅 의원이 먼저 나와서 당대표가 중진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런 판이 깔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나와서 더 힘이 실렸다. 2등 공신이 김웅 의원이다. 1등 공신은 역설적으로 총선참패다. 당내에 당을 좌우할 수 있는 계파의 수장이 될만한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없다. 당의 빈 공간이 열리고 이 대표가 활개를 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보수당의 이데올로기 변화인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본다. 당원들이 조국 사태를 보면서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면 당만 손해라는 걸 깨달은 것 같다. 그러면서 국민이 탄핵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데 당원들이 부당하다고 얘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걸 체득했다. 당원들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집권하는 게 박 전 대통령에 명예회복의 길이다라는 전략적인 판단을 했다.

이 대표의 화법은 기존 보수와 결이 다르다. 당원들이 그거에 호응하고 이해하고 지지했다. 보수당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과거에 듣지 못한 미래지향적 얘기 많이 나올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찾아가면 옛날 같으면 빨갱이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극우적 색채가 덜어지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2030의 영향력은?

△무조건 있다. 다음번 대선도 온라인 영향력이 큰 선거가 될 것이다. 우리당이 오랫동안 죽을 쑨 큰 이유 중 하나가 자유한국당 시절 2030한테 사람 취급을 못 받았다. 그런 인식이 온라인에서 끝없이 확대재생산 됐다. 그러면서 윗세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2030은) 이슈를 선점하고 본인의 호불호 확대재생산 하는 것에 굉장히 탁월하다. 다음 선거는 51 대 49의 굉장히 치열한 선거가 될 것이다. 그런 것을 감안 했을 때 기존 보수정당이 잡을 수 없었던 2030의 2~3%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가 될까?

△공정한 성장이 될 것이다. 보수당은 성장과 성공을 버릴 수 없다. 다만 기존과 같은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지금 2030은 성공의 다변화, 다각화 니즈가 있다. 성공의 피라미드를 여러개 만들어달라는 요구다. 모두가 다 똑같은 경쟁을 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개성과 능력을 발휘해서 성공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니즈가 있다. 각각의 피라미드가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그런 작업을 보수당에서 할 수 있다면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이는 탈권위주의와도 연결된다. 진보정당은 공정한 분배를 가져갈 것인가이고 우리는 공정한 성장 사다리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이다. 각자의 특성 보유한 채로 공정한 경쟁과 노력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성공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점이다.

-청년 육성 시스템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뉴페이스 중독에 빠져 있다. 정당 스스로가 정당 정치를 폄하하는 짓이다. 지난번 선거에서 낙선한 청년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육성할 생각은 없고 4년 내내 방치해두고 다음 총선이 되면 새로운 얼굴을 찾는다. 그런 면에서 이 대표 현상 중 우려되는 면도 있다. 왜 이준석처럼 못하냐다. 그건 이 대표가 특출나기 때문이다.

청년 정치인에게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 데 그런 게 전혀 없다. 기초의원부터 시작해서 광역의원, 국회의원으로 육성되는 선순환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의 예측가능성은 줘야 한다. 어느 정도의 확률로 광역의원이 되고, 의회에 입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청년 정치인 육성 방안은) 2년짜리 당대표 임기 따라 바뀌면 안 된다. 각 당에서 인재 영입 위원장, 청년정치 위원장이면 당대표 임기와 상관 없이 최소한 국회의원 임기 4년에 맞춰서 장기적으로 시스템을 바꿀 기회를 줘야 한다. 당 대표 임기가 2년이지만 이를 다 채우는 경우 거의 없다. 이 대표가 개선 방향을 내놓는다고 한들 다음 총선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청년인재를 육성하는 위원회는 임기를 오래 주고 자율권과 충분한 재정, 인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장기적 플랜이 없는 한 단기적 플랜은 의미가 없다.

아무도 원외 청년 정치인에게 관심이 없다. 혼자 살아남아서 주목받으면 ‘갖다 써줄게’ 이런 식이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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