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 있다 지난해 인사 조치로 본부에 복귀한 기획재정부 A국장의 말이다. 복귀 과정에서 비방 섞인 투서가 난무하는 모습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도 A국장은 운이 좋은 편이다. 그의 복귀 후 본부로 귀환한 국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인사 문제를 풀지 못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안팎으로 ‘첩첩산중’이다.
내부에서는 갈수록 심해지는 인사 적체로 불만이 이만 저만 아니다. 내부 인사가 풀리지 않으니 외부에 나가 있는 인사들은 ‘무한 대기발령’에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청마의 해가 시작된 지 넉달이 지났지만 국장급 이상에 대한 인사 시기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차관과 1급 인사의 거취가 확정되지 않으니, 그 이하 국장급들의 인사는 좀처럼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인사 적체는 그 동안 모피아(기재부 출신)가 독식하다시피했던 통계청장. 조달청장, 산하기관장 자리를 ‘비(非) 기재부 출신’이 꿰차면서 공무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데에서 비롯된다.
모피아의 산하기관장 독식 해소는 바람직한 방향이라지만, 기재부 입장에선 인사 적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평생 과장만 하다 끝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공직생활 20년째인 이 과장은 남아있는 공직 기간 중 파견, 교육 등의 기간을 제하고 보니 5~6년 정도 뿐이 안남은 것을 알고 화들짝 놀랐단다.
자연스럽게 비난의 화살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향하고 있다. 인사 문제를 풀지 못하는 데 따른 원망 섞인 비난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무능한 장관이라도 인사 문제만 잘 해소해도 조직원들의 충성도는 높아진다”면서 “지금의 인사 적체는 도를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힘없는 부총리에 대한 애정어린 원망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적어도 경제분야 만큼은 부총리가 원하는 사람을 쓸 수 있도록 청와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사 시점은 5월 중순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