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된 韓청년들…日청년 '반(反)소비' 닮을라

30대 이하 가구 소비성향 역대 최저
1분기 100만원 벌어 67.3만원 써
"낮은 미래소득 기대감에 저축 늘어"
  • 등록 2016-06-29 오전 5:00:00

    수정 2016-06-29 오전 5:00:00

△지난 4월 경기 수원시 아주대 체육관에서 열린 ‘베이비페어’ 행사에서 시민들이 아이를 안은 채 출산·육아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결혼 5년 차 맞벌이 직장인 양모(37)씨 부부는 올여름 휴가 때 가려던 해외여행 계획을 최근 취소했다. 여가 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신혼 때 한 달에 평균 16만원씩 쓰던 쇼핑 비용도 지금은 오히려 5000원가량 줄였다.

이처럼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결혼 초 한 달에 245만원 꼴이던 소비 지출이 지금도 260만원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반면 소득은 월 399만원에서 469만원으로 크게 불어나 매달 쓰지 않고 남는 돈이 120여만원에 달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청년층 가구의 현황이다.

청년들이 갈수록 ‘짠돌이’가 되고 있다. 씀씀이가 단출한 20·30대가 늘면서 정부도 내수시장 위축을 부채질하는 주요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장기 불황을 겪으며 지나친 소비 절제로 ‘사토리(さとり·달관) 세대’라는 별칭이 붙기까지 한 이웃 나라 일본 젊은이들의 닮은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 가구 ‘평균소비성향’ 사상 최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보도자료 중 [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수 회복세를 제약하는 대표 요인으로 ‘청년층 소비성향’을 지목했다. 이 지표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가 만 39세 이하인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올해 1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67.3%로 지난해 1분기보다 3.5%포인트 하락했다.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8.4%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평균 소비성향은 세금·보험료 등을 뺀 전체 소득 중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비율이 67%라는 건 100만원을 벌어서 67만원만 썼다는 뜻이다.

평균 소비성향은 더딘 가계 소득 증가와 은퇴자 증가, 기대 수명 연장 등으로 전 세대에 걸쳐 완만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청년층의 소비 위축 현상이 다른 세대보다 뚜렷하다는 점이다. 청년층 가구의 올 1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국내 경제가 저성장 초입에 진입한 2011년 1분기보다 7.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40대는 7.1%포인트, 50대는 6.4%포인트가 내렸다. 60세 이상 가구는 1.2%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로 굴러떨어진 것도 청년층 가구 뿐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통상 세대별 소비성향은 소득이 적은 20대가 가장 높고 30·40대에 내려가다가 50대부터 다시 올라가는 ‘U자형’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중이 다른 세대보다 급격히 위축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의미다.

술·담배 소비만 늘어…오락·문화 지출은 11% 감소

△청년층과 중·노년층의 1분기 평균 소비성향 추이 [단위:%, 자료:통계청]


실제로 청년층 가구의 올 1분기 월평균 소득은 가구당 469만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지만, 소비 지출액(가구당 월 260만원)은 오히려 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지출이 소폭 늘어난 것과 정반대다.

이는 주거, 식료품비 등 꼭 필요한 지출을 제외하곤 지갑을 닫은 결과다. 1분기 청년층 가구의 오락·문화 지출은 전년보다 10.8% 감소했다. 의류·신발 지출도 8.6% 줄었다. 증가세를 보인 항목은 주류·담배 지출(36.6%) 정도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청년층 고용 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보니 소비 여력도 덩달아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성향 저하의 배경으로 경제의 성장 잠재력 저하, 기대 수명 상승, 불확실성 증가 등을 지목한다. 특히 기대 성장률 저하가 청년층 소비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성장률 하락에 따른 충격은 저연령층에서 더 크다. 남은 노동 기간이 긴 젊은층일수록 평생소득 감소 폭이 크고 이에 따라 소비를 줄이는 정도도 커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 자신의 소득이 과거 세대만큼 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미래 소비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소비 위축 현상이 내수 경기 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국내 소매 판매액은 주로 고가인 승용차(-11.8%), 가전제품·가구 등 내구재(-6.3%) 판매가 부진을 보이며 전기 대비 -1.1% 역성장했다. 반면 청년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이 연령대 가구의 흑자율(처분가능소득 중 흑자액 비중)은 올 1분기 32.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40대(23.2%)와 50대(28.9%), 60세 이상 가구(30.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등으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청년들에게 구조 개혁, 내수 서비스 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잠재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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