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들어 집값이 급등한 강남권을 타깃으로 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 태세이지만 강남지역 아파트라고 해서 모두 가격이 오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남구와 서초구 등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자치구에서도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곳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을 뿐 여타 다른 지역에선 딴 세상 이야기다. 오히려 정부가 규제를 하면 도리어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 대상으로 꼽히는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의 3.3㎡당 평균 아파트값 상승율은 올 들어 이달 14일 현재까지 서초구가 11.0%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강남구 10.3%, 송파구 7.2% 순이었다. 강남3구가 모두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실제로 10% 이상 가격이 급등한 곳은 서초구와 강남구 두 곳뿐이다.
실제로 같은 강남구에서도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42㎡형은 올 들어 3억원(7억 6000만원→10억 4750만원) 가까이 상승했지만 세곡동 리엔파크 85㎡형은 같은 기간 동안 3억 3000만원에서 3억 3500만원으로 단 500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서초구에서도 잠원동(16.1%)과 반포동(12.3%)이 많이 오른 반면 우면동(2.7%)과 신원동(3.4%)은 상승률이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송파구 역시 신천동(9.6%)과 방이동(8.8%), 잠실동(8.4%)만이 10% 가까이 상승했다. 부동산114 임병철 연구원은 “같은 강남권이라고 해도 지역마다 집값 상승률의 편차가 크다”며 “재건축 이슈가 있는 지역 위주로 가격이 올랐을 뿐 강남지역 아파트 전체가 상승세를 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규제 소식에 개포동·압구정동 관망세로 돌아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강남지역을 대상으로 투기 수요 억제 대책을 내놓을 경우 강남 주택시장 전체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세곡동 한 공인중개사는 “이달 중순 정부의 부동산 규제 검토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가을 이사철이 무색할 정도로 매매 문의가 뚝 끊겼다”며 “정부가 어떻게든 강남 주택시장을 손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두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포동과 압구정동 등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지역만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 강남 전체가 유사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가 규제에 나서더라도 과열된 곳만 겨냥하는 보다 정교하면서 정밀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지금 시점에 굳이 규제에 나서야겠다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규제 방안을 써야 정책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연장과 재당첨 제한, 1순위 요건 강화 등이 검토해 볼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 주택시장 과열은 시세 차익을 노리고 분양권 시장에 뛰어들려는 수요가 넘쳐나면서 발생한 만큼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늘리거나 재당첨을 제한하는 식의 규제만 해도 열기를 식힐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