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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이미 몇 차례 이 말을 사용했다. 지난 8월 23일에 정 청장은 “9월 말이나 10월 초부터는 위드 코로나 준비 작업, 검토 작업을 공개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고, “위드 코로나로 방역전략의 전환을 하려면~”, “준비 작업을 지금부터 진행해야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등 서너 차례 ‘위드 코로나’라는 말을 사용했다. 당시엔 이런 위험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북유럽 어느 나라에서 처음 이 말을 썼다고는 하지만, ‘위드’라는 단어가 가진 모호함을 무시하고 그 말을 따라 하기 시작한 건 ‘포스트 코로나’를 사용했던 전력 때문이리라. 대통령을 비롯해 무수한 정부 관계자와 언론인, 유력인사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수없이 입에 올렸으니 비슷한 꼴의 영어로 된 ‘위드 코로나’는 포스트 코로나의 정당한 계승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위드 코로나’는 어떤 사람에게는 억측을 부르고 어떤 사람에게는 막막한 불안감을 줄 수 있는 말이다. 사실 ‘포스트 코로나’도 그랬다. 포스트가 ‘이후’라는 뜻이지만, 포스트 코로나가 ‘코로나 유행 이후’인지 ‘코로나 종식 이후’인지 모호했고, 실제로 두 가지 의미로 혼란스럽게 쓰였다. ‘위드 코로나’는 ‘포스트 코로나’의 이런 모호함마저 이어받았다.
말 한마디에도 늘 신중한 질병관리청조차 이런 함정에 빠진 것은 정부 당국자들과 관공서에서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는 영어 남용 분위기 탓이리라. 나라 경제를 끌어올린다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주요 사업명은 거의 모두 영어 단어로 되어 있고, 그 용어들이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생활 정책의 이름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위드 코로나 같은 말을 사용하는 일이 무슨 위험이나 문제를 부르리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코로나 방역 당국에 늘 고마움을 느끼고, 이분들이 처음엔 무심코 썼다가도 곧 국민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바꾸어 쓰려 애썼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국민들이 뜻을 바로 알아채기 어려운 전문용어나 외국어 신조어를 무심결에 입에 담는 일은 삼가길 부탁한다. 코호트 격리, 팬데믹, 트윈데믹,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등 그런 말들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 그 결과로 원활한 방역에도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