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검찰수사관 출신 전문가 영입한 사연은

현대캐피탈, 대포차 막는 '구조화사기' 근절 노력 빛났다
금감원서도 현대캐피탈 사례 착안, 전 금융권으로 확대키로
  • 등록 2014-11-27 오전 6:00:00

    수정 2014-11-27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회사원 이모 씨(37)는 급전이 필요하던 차에 불법 대부업자 김모 씨에게 한통의 연락을 받았다. 할부 차량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모 씨가 어리둥절해하자 김 씨의 자세한 설명이 곁들어졌다.

이 씨는 설명에 따라 현대캐피탈을 이용해 카니발 차량을 할부원금 3009만원 짜리 차량을 60개월 할부로 인도받았다. 대부업자는 이를 기다렸다 즉시 차량 명의를 자신이 운영하는 유령회사로 옮기고 얼마의 돈을 연 30%가 넘는 고리로 이씨에게 빌려줬다.

이후 이 씨는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을 갚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현대캐피탈은 차량을 찾으러 나섰지만 차는 이미 대부업자가 운영하는 유령회사로 명의가 이전됐고 지방세 체납, 주정차 위반 등 각종 압류 기록만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자동차 할부금융사의 고민 중 하나는 이처럼 할부로 차를 받고 할부금을 내고 사라지는 사기대출이다. 사기대출은 연간 규모만도 웬만한 금융사 1년 순이익에 가까운 수 백억원에 이른다. 더 심각한 것은 사기대출 차량의 대부분은 대포차로 팔려 밀수되는 등 각종 범죄에 쓰인다는 점이다.

현대캐피탈이 차량 대출 사기 근절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단순한 차량 도난이 아니라 대출 신청, 판매 채널, 브로커, 사채업자 등의 먹이사슬 같은 연결고리가 형성돼 같은 수법으로 수백 건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구조화 사기’로 이름을 붙였다.

구조화 사기는 캐피탈사에게는 대출금이 입금되지 않아 차량을 찾아 나서면 차량은 명의조차 증발하듯 사라지고 없는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의 범죄로 통한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셈이라 금융기관으로선 당할 수밖에 없다.

외국의 경우 할부 차량의 대출금이 완료돼야 명의가 캐피탈사에서 고객으로 이전되지만 우리나라는 할부금을 하나도 내지 않아도 일단 차량 인도 사인만으로 고객이름으로 명의가 등록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지난 3월 현대캐피탈은 또 하나의 실험을 했다. 금융업계 최초로 검찰수사관 출신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팀을 보강하고 구조화 사기 근절에 나섰다. 먹이사슬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어 막상 차량을 찾아가면 허허벌판에 유령회사만 덩그러니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구조화 사기 근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30여 명으로 구성된 사기방지팀(Anti-fraud)이다. 이 팀은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 직속 조직으로 구조화 사기와 같은 금융사기를 방지해 선량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팀을 꾸리고 대출사기의 구조를 파악해 현재 이 같은 사기를 검찰 고발로 넘긴 상태다. 금융당국에서도 현대캐피탈의 이 같은 대출사기 근절 노력에 큰 관심을 모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현대캐피탈의 이 같은 활동을 보고받고,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이런 유형의 대출 사기를 현황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포차 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입법 청원하기로 하고 현재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며 “구조화 사기와 관련한 현대캐피탈의 대응이 금융사의 손실 예방 차원을 넘어 범죄 예방 등 사회적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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